국내 연구진이 질병 원인 단백질 분해로 치료 가능성을 대폭 높이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성수) 하재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박사팀은 신개념 약물치료제 기술인 '프로탁(PROTAC)' 작용 원리를 이용, 새로운 질병 단백질 분해 플랫폼인 '단백질분해유도제'를 독자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프로탁은 그동안 나온 약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기능을 억제시키는 데 초점을 뒀지만 프로탁은 단백질 자체를 제거한다. 우리 몸에 이미 존재하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시스템'(UPS)을 활용, 질병 치료 가능성을 대폭 높인다.
UPS는 세포 안에 필요 없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체계다. 세포 내 'E3연결효소(리가아제)'가 추적자 역할을 하는 '유비퀴틴 단백질'을 제거 대상에 붙이면 분해 역할을 맡은 프로테아좀이 직접 대상을 처리한다.
단백질분해유도제는 이런 프로탁 개념을 응용한 플랫폼이다. 표적에 달라붙는 '표적저해제', E3연결효소와 상호 작용하는 '바인더'로 이뤄져 있는 단백질분해유도제는 E3연결효소를 표적 가까이 불러와 UPS를 활성화하고 대상을 제거한다.
기술 핵심은 바인더다. 바인더 물질이 없으면 기술 자체를 구현할 수 없다.
연구팀은 'RD-106'으로 이름 붙인 새로운 바인더 물질을 개발해 플랫폼을 구성했다. RD-106은 E3연결효소 가운데 CRBN과 상호 작용, 제거 대상에 UPS를 활성화한다.
연구팀은 단백질분해유도제가 다양한 불치병을 치료하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관련 질환 가운데 85%는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지만 이번에 이들을 치료할 가능성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암 유발 단백질에 작용하는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제약회사와 함께 각종 질병 치료제 연구를 공동 추진한다. 다른 E3연결효소인 VHL에 작용하는 바인더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재두 박사는 “단백질분해유도제는 그동안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다양한 질병에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면서 “프로탁 분야에서 독자 지식재산(IP)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