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19>혁신 따라잡기

버즈워드(buzzword).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을 이른다. 조지 오웰은 이 유행어란 단어에 의미를 달았다. '누군가 상상한 긴 말뭉치를 하나로 묶어 쓴 것'이라고 정의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도 한 소설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생각과 말도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은 없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1995년에 생겨난 후 '와해성 혁신'만큼이나 유명해진 경영 용어도 드물다.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성공도 이것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많은 경영 구루는 이것을 포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정작 많은 기업은 이 속에서 길을 잃는다.

엑센추어 컨설턴트 오마르 아보시, 베드라나 사빅, 마이클 무어는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진다. 질문은 간단하다. '당신 기업은 와해성 혁신에서 얼마나 안전한가'다.

충격에 빠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자가 진단부터 해보자고 한다. 우선 와해성 스코어를 만들자. 그럼 세 그룹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된다. 첫 번째 그룹은 생존군이다. 한참 비즈니스 혁신이 쓸고 간 곳이다. 두 번째는 곧 쓰나미가 닥쳐올 취약군이다. 세 번째는 이미 변화가 휩쓸고 있고, 더 심해질 비즈니스다. 이 휘발성 강한 위험군에 숨을 곳은 없다.

세 컨설턴트 제안이 흥미로운 것은 정작 이제부터다. 자신의 위치를 알면 전략이 보인다고 말한다.

일단 변화가 시작되자 뉴욕타임스조차 버틸 수 없었다. 종이를 디지털로 바꿔야 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상상도 못한 웹 구독자 250만명이 생겼다. 인공지능(AI)으로 기사를 제작한다. 구독자 실시간 반응으로 선거를 예측한다. 가상현실 기술로 취재 과정을 보여 준다. 이들은 디지털 확장을 통해 살아남았고, 영토를 넓히고 있다. 새로 얻은 역량으로 새 시장을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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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군이라면 전략은 달라야 한다. 이곳에서 전통을 지킬 방법은 경영 방식을 손보는 것이다. 혁신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탭인'한다. 과잉 투자된 자산을 조정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모색한다. 독일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는 소규모 발전시설 3000개를 묶어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정해 보기로 했다. 새 발전시설 없이 피크타임을 버틴다. 지금은 중부 유럽 최고의 가상 발전소다.

위험군에게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핵심 사업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증강하라는 뜻이다. 덴마크 머스크가 다각화한 사업 부문은 모두 변화에 취약했다. 석유 채굴과 원유 운송 부문부터 스핀아웃시킨다. 경쟁력이 떨어진 머스크 오일은 75억달러에 토탈(Total)에 매각한다. 위기도 있었지만 글로벌 로지스틱스로 성공리에 옮겨 갔다.

혁신에도 유행어란 것이 있을까. 참고할 가치가 있을까. 아니면 유행 탄 섣부른 선택이 화근으로 돌아올까.

정답은 쉽지 않다. 세 컨설턴트도 즉답 대신 마리 퀴리 말을 인용한다. '두려워하는 대신 직시하라. 이해하려 노력하라.'

당신은 어떤가. 막막하다면 지금 앤그램 뷰어를 열어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를 쳐 보라. 그리고 한번 생각해 보라. 태평양이란 단어보다 4000배쯤 더 자주 오르내리는 이것을 나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