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각본' 없이 만난 한미 정상…북한 국면 전환카드 만들었나

한미 정상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짜여진 각본' 없이 만났다.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핵심 의제 '완전한 비핵화'를 놓고 방식·시점·범위 등을 조율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앞두고 있는 만큼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북한의 국면 전환을 이끌어낼 카드를 마련했는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22일 가진 한미 정상회담 모습.<사진:청와대>
지난해 9월 22일 가진 한미 정상회담 모습.<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단독·확대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졌다.

이날 단독회담은 각본도, 사전 조율과정도 없었다. 두 정상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통상적으로 나오는 회담 결과물인 '합의문'도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돼야 하고, 그 다음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두 정상은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이상 기류를 드러냈다. 북한은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메시지를 보냈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 측 기자단 방문도 무산됐다. 남측을 제외한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4개국 외신기자단은 22일 중국에서 북한 원산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회담이 주목되는 이유다. 두 정상이 최근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했는지 관심을 모은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 후 업무 오찬에서 양측 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폭넓은 협의를 이어갔다. 미국 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매튜 포틴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이 북핵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점을 재확인했다. '핵심 축(linchpin)'이라는 표현을 쓰며 양국 간 공조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6월 한미 공동성명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한미 동맹이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외교〃국방〃안보 당국 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 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미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재차 기원하며 짧은 방미 기간 중 베풀어 준 호의에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으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회담까지 이어지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순방 첫 공식 일정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중대한 시기에 미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직을 맡게 된 폼페이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폼페이오 장관은 4월 26일, 볼튼 보좌관은 4월 9일 각각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내달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미 외교·안보팀의 노력을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북한과의 협의에 매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인 억류자 3명이 무사히 귀환해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한 폼페이오 장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볼튼 보좌관에게는 양국 NSC 채널 간 소통이 매우 원활하고 긴밀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역사적 기회인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잘 보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워싱턴D.C(미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