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북미정상회담, 비핵화 접점 찾기가 관건…문, 중재자 역할 성공할까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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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이후 순항이 예상되던 북미정상회담이 '악화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여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회담 개최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앞서 10일 6·12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면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미 정상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성사 여건을 놓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만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트 대통령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회담 개최 여부와 회담 결과물로서의 합의 내용을 분리해 보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일정 수준 이상 합의가 담보돼야 회담을 열수 있다는 뜻이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여부 '안갯속'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이 안갯속이다. 자칫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북미회담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경우 지난 1년 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외교는 수포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우선 '급한불'부터 진화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지난 25년 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절대 놓쳐서는 안될 기회라는 점을 부각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도 의심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더욱 노력하겠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의지와 역할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과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돕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돌변한 북한 측 태도를 놓고 흔들리고 있는 미국 정부에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을 들어 재차 설득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 양쪽 모두가 회담 재검토,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은 재선 등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미 정부도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과 백악관이 계속 (북미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6월 12일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를 대비해 우리는 전혀 바뀌지 않은 (비핵화) '강령'을 완전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미정상회담은 개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부터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북미 간 물밑 협상이 관건

북미정상회담 두 당사국이 냉랭한 기류로 돌변한 데는 회담 전 물밑 협상에서 마찰이 있다는 신호다. 통상 정상회담은 사전 조율과정을 통해 99% 수준 합의문을 만든다. 양국 정상이 많나 최종 의사를 확인하고 일부 문구 조율 정도로 나머지 1%를 채운다.

북미 당국이 사전 실무 협상과정에서 주요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원칙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한 비핵화 보상 부분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막판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미정상은 회담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이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측이 요구하는 CVID를 결정한다면 김정은 정권 체제를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체제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며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김정은은 역사상 뭔가를 해낼 수 있는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서, 한반도를 위해서 굉장히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지금 김정은 위원장의 손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북한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긴밀한 대화가 필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남북관계를 바탕으로 한 북미 중재자 역할이 핵심이다.문 대통령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미국 측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인한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북미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20여일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외교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