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교육개혁 대진단]<4>주춤한 교실혁명

'경쟁·입시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핵심 역량 함양을 지원하고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문재인 정부가 그리는 공교육 혁신 목표다. 교실혁명을 통해 공교육을 공교육답게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대입전형 간소화 역시 입시 위주 교육에서 대입을 혁신하지 않은 한 공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교실혁명'은 초·중등 교육 혁신 핵심이다. 교실혁명은 다음 달 교육감선거에서 후보마다 내세우는 주요 공약이다.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한 것도 2009년 경기도교육감 시절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하는 등 교실 혁명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교사에게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고 학생은 다양한 토론과 체험 중심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문재인 정부 첫 교육부 장관을 발탁하는 데 혁신학교 성과에 무게를 둘 만큼 초·중등교육 혁신에 관심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초·중등교육 혁신은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교실혁명을 위해 추진하고자 했던 핵심 정책이 이해당사자 반대에 부딪히거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장기 로드맵을 그리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한 결과다.

◇교실 혁명, 어디만큼 왔나

문재인 정부가 교실혁명을 위해 우선 추진하는 정책은 △고교학점제 △외고·자사고 동시입학 △1수업 2교사제 △자유학년제 △교장공모제 등이다.

외고·자사고 동시 입학은 교육부가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고 각 지역 교육청이 동시입학을 골자로 하는 2019 입학전형을 확정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외고·자사고 폐지까지도 교육감 선거 공약으로 등장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 입시에서 벗어난 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두드러진 정책이기도 하다.

외고·자사고 동시입학 또는 폐지로 해소하려 했던 고교서열화 문제는 제자리다. 강남학군으로 서열이 그대로 넘어가는 결과만 낳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강남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고·자사고의 부작용을 없애는 데만 초점을 두고 외고·자사고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특화된 교육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전국 중학교에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올해부터 신청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년제로 확대됐다. 자유학기제는 학생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시험을 보지 않지만 교과별 특성에 맞는 참여·활동 중심 교육이 강화되고 개인 발표나 조별 프로젝트 등 스스로 해결하는 과제의 질도 높아진다. 기업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계와 발맞춰 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결과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생은 물론 학부모·교사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자유학기제 만족도
자유학기제 만족도
자유학기제를 위한 현대자동차의 미래자동차학교
자유학기제를 위한 현대자동차의 미래자동차학교

만족도가 높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교사 재량에 따라 자유학기 또는 자유학년제 질이 달라지는 결과도 낳는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도서지역에서는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최근 컨설팅단을 꾸려 자유학기제 운영학교를 찾아 상담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교실혁명 주축이라면 고교학점제는 고교 제도를 혁신하는 핵심이다. 정부는 혁신학교보다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혁신학교가 다양한 체험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인기를 끌지만 중·고교에서는 학부모 반대로 철회하는 학교도 생길 정도로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혁신학교 숫자를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혁신학교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를 통해 중등교육 혁신을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현 고교체제를 유지하면서 혁신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다. 대학처럼 자신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고 등급제 학점을 받아 이수하는 형태다. 올해를 시작으로 2022년 전면 도입이 목표다.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줄세우기'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대입제도 개선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올인'하면서 고교학점제 도입과 이에 맞물린 대입제도 개편은 미뤄놓은 상태다.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반대여론에 밀려 '50% 확대'로 후퇴했다. 현행 15%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확대키로 했으나 교총 등 반발에 직면해 확대 폭을 줄였다.

◇앞으로 과제는

현실에 접목할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 교실혁명 추동력을 잃은 이유다. 고교학점제처럼 이상적인 정책을 개별 실현하려다보니 큰 그림과 엇박자가 나는 것이다.

한 수업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1수업 2교사제'는 교원 임용절벽을 해결하고 교실에서 소외되는 학생을 줄이는 대안으로 꼽혔다. 현장에서는 현실과 떨어진 이상적 정책으로 이를 적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수급 중장기 계획에서조차 1수업 2교사제는 고려하지 않았다. 현장과 소통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문제도 있다.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학교, 교사 간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다.

학생이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시키고자 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이를 체험할 만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에듀테크를 여전히 사교육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 “직업교육을 비롯해 혁신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데 일부 미래학교 사업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중등 교육 혁신 과제

[2018교육개혁 대진단]<4>주춤한 교실혁명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