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대론' 고비...북·미 회담 앞두고 삐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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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암초를 만났다. 미국과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 서로 견제구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날짜와 장소를 확정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마저 의심받고 있다. 미국은 '시진핑 배후설'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 정상)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관련해서도 “김정은이 시 주석과 두 번째로 만난 뒤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일방으로 핵 포기만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공개 대응한 것이다. 동시에 북·중 정상 회동 이후 북한 태도가 급변한 것을 두고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배후설'을 언급한 것은 17일 이후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 조율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우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일괄 타결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단계별 폐기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에 '줄다리기'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인식을 전환시키고,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힘썼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북한 비핵화 등과 관련해 미국 내에 회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운전대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귀국 후 남북 및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 어떤 중재 카드를 쓸지 주목된다. 남북 정상 핫라인을 구동하거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대북특사로 파견해 한·미 정상 간에 나눈 체제 보장 방안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23일 귀국길에 올랐다.

워싱턴DC(미국)=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