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9>동문 사랑으로 금융 혁신 이룬 '소피'

소피(SoFi)는 기업 가치 40억달러로 핀테크 유티콘 분야 5위 기업이다.

소피는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에서 만난 학생 네 명이 만든 대출 전문 금융 기업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우려하는 사회 문제의 하나는 학자금 대출 급증이다. 대학 진학 급증과 가파른 대학 수업료 인상에다 경제 사정 어려움으로 대출 급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9>동문 사랑으로 금융 혁신 이룬 '소피'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 이자는 6~10%로 다소 높다. 학자금 대출은 고정 이자율 장기 무담보 신용대출이라는 점과 취업이 안 되는 경우 원리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등 안전장치를 뒀다. 높은 이자에도 연방정부 학자금 융자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재정 완화와 경기 회복에 따라 시장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자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과 시장금리 사이 격차가 커지면서 사업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소피의 창업자들은 바로 본인들의 문제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찾은 것이다. 높은 이자율의 정부 또는 금융회사의 학자금 대출을 낮은 이자율의 좋은 조건 대출로 대체하는 리파이낸싱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여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스탠퍼드대 동문의 자부심과 동문 사랑을 자금원으로 봤다. 아무래도 명문대학 재학생은 좋은 직장을 잡을 확률이 훨씬 높다. 금융회사 관점에서 보면 대출 부도나 연체 가능성이 낮다. 소피는 성공한 동문에게 기존 금융업체를 통한 저축이나 투자보다 덜 위험하고 더 높은 수익성의 투자처로 후배 사랑 학자금 대출을 연결해 준 것이다.

소피는 이런 관점에서 P2P 대출과 유사하지만 동문이라는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혁신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소피는 이러한 장점을 자랑한다. 금융 상품을 비교 소개하는 한 회사는 “소피의 융자를 받는 것은 엘리트 클럽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면서 “그것은 그들의 높은 신용 기준과 멤버만을 위한 특별한 네트워킹 이벤트 때문”이라고 했다.

소피 고객은 자신의 동문과 만나는 행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성공한 동문으로부터 진로와 금융 관련 조언을 듣는 온·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한다.

이렇게 시작한 소피는 2011년 스탠퍼드대 동문 40여명의 투자와 융자금으로 100여명에게 융자를 해 주는 실험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2012년부터 유력 투자자들로부터 계속 투자금과 융자금을 확보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 가운데에는 바클리, 모건 스탠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과 1조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 등이 포함돼 있다. 2013년에 P2P로 대출된 학자금 융자의 채권을 거래하는 사업을 시작하고, 이제는 학자금뿐만 아니라 주택융자금과 개인 융자금 등 종합 대출금융 회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소피는 이러한 확장에도 위험도 낮은 학생 대상으로 융자를 해 주고, 동문에게는 높은 수익을 돌려주는 차별성을 유지한다. 기존 신용 등급보다도 개인의 자금 흐름을 중시하는 대출 심사 기준을 삼고 있는 것도 소피의 혁신성이다. 대부분 금융 소비자는 경제 사정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으면 대출을 상환한다는 점에 착안해 평소에 자금 관리를 잘하는 소비자에게 주목하고 대출을 해 주는 등 형식에 그친 신용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자금 융자를 정부가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2% 초저금리로 제공한다. 금융의 논리를 벗어난 복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훗날 커다란 사회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고, 소피 같은 사회 금융이 존재할 여지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고질화된 관치 금융이 핀테크 5위 소피 같은 금융 혁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셈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