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실태조사서 드러난 대리점의 '소리 없는 아우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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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에 걸쳐 대리점 거래 실태를 조사했다. 약 4800개 본사와 15만개 대리점(응답 약 5900개)을 대상으로 구체적 거래 형태, 불공정거래 경험 여부 등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대리점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리점이 각종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대리점이 불공정거래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는 조사결과보다 더 열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응답한 대리점의 절반에 가까운 46.2%는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겪는 유형은 '불이익 제공'(27.8%), '밀어내기'(19.5%), '판매목표 강제'(19.2%) 순이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물량 밀어내기가 사회적 이슈가 됐음에도 관행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본사와 거래조건 협상도 불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조건 협상 과정에서 대리점 의사가 잘 반영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6.8%에 그쳤다. 가장 많은 39.3%는 “본사가 계약조건을 제시할 경우 대리점은 수용·불수용만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소한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정해 통보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32.0%에 달했다.

본사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히는 대리점 단체·협회 가입 비율은 14.9%에 불과했다. 41.7%는 가입하지 않았고, 나머지 43.3%는 “단체·협회가 없다”고 응답했다. 단체·협회에 가입해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대리점도 7.4%에 달했다.

대리점이 단체·협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애로 및 건의 전달'(42.4%)로 집계됐다. 본사에 대리점의 어려움을 제대로 전달할 창구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단체·협회 활동으로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본사와 대립 격화'(27.7%), '협회나 단체의 구속에 따른 대리점 활동 제한'(27.5%), '거래조건 단일화로 인한 대리점 수익 평준화'(22.7%) 등의 응답이 있었다.

본사와 대리점간 기본 계약기간은 '1년'이 70.4%(본사 응답)로 가장 많았다. 기본 계약기간이 5년 이상 된다고 응답한 본사는 2.7%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대리점 계약이 단기로 체결되기 때문에 계약 종료에 대한 우려로 대리점이 본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곤란하다”며 “계약기간 중 본사의 거래상지위 남용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