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산 차에도 관세 부과 검토 지시"…국내업계 불똥 우려

완성차는 물론 부품업계 등 후방산업 치명타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에 이어 자동차를 보호무역 타깃으로 조준했다. 미국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일괄 관세 또는 국가별 관세 부과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철강 관세 면제 협상,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 등에 이어 자동차까지 미국 통상 압박에 직면했다. 완성차는 물론 부품업계 등 후방산업에 치명타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며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은 우리나라(미국) 국력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상무부가 수입차가 자국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또는 관세 부과 등 조치를 최종 결정한다.

이에 앞서 수입산 철강 고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 이후 1년여가 지난 올해 3월 확정됐다. 소재인 철강에 비해 완제품인 자동차는 부품까지 포함한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사 기간 장기화 공산이 크다.

로스 장관은 “지난 수십년 동안 수입산 제품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켰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있다”면서 “철저히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수입산 제품이 자국 산업 건전성과 고급 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해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최종 목표는 최대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 부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모든 수입산 철강재에 부과한 일괄 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모든 수입 자동차에 일괄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가별 추가 협상을 통해 면제국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경우 수입을 긴급 제한하거나 추가 관세를 고율로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가 확정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은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부품은 56억6600만달러였다. 대미 수출 30%, 무역흑자 72.6%를 자동차가 책임졌다.

정부는 24일 오후에 열린 민·관 간담회에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 내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등 선제 대응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 조사가 시작된 만큼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지부진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임금이 다소 싼 멕시코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 공장이 들어서면서 미국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인식이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주요 동맹과 외교 충돌을 유발하고 무역 갈등을 심화시켜서 금융 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