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韓 자동차 산업 위기 맞나...美 관세폭탄 우려

[이슈분석]韓 자동차 산업 위기 맞나...美 관세폭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최고 25% 고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수입차 관세 폭탄 위협이 현실화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상위 개념인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 자동차에도 예외 없이 고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역대 최대 위기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자동차 수출을 위해 부두에 정박 중인 운반선.
자동차 수출을 위해 부두에 정박 중인 운반선.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 경쟁력 내리막길

현재 미국은 세단 등 일반 승용차에 2%,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차는 한미 FTA 체결로 일반 승용차에 한해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발언대로 고관세 부과 시 한국차 가격 경쟁력은 크게 약화된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다. 업계는 미국이 수입차에 20% 이상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대 이하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면 자동차 부품 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연쇄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차 대미 수출 경쟁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175억달러였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16년 11% 줄어든 156억달러, 지난해에는 6% 감소한 146억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는 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5%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차 대미 수출 비중은 3분 1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33%인 84만5319대에 달했다. 미국 시장 비중은 2016년 37%, 2015년에는 36%였다. 업체별로는 현대차 30만6935대, 기아차 28만4070대, 한국지엠 13만1112대, 르노삼성차 12만3202대다. 쌍용차는 2020년 전후로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차 대미 수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가격 경쟁력 하락이다. 특히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올라갔지만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한 완성차 공장 생산라인 모습.
한 완성차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지 생산 확대 외엔 다른 대안 없어

미국 수입차 고관세가 현실화되면 당장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 가장 큰 문제다.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규모를 늘리면 그 만큼 국내 생산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 지역적 한계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차에 고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 자동차 수출 기업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세 압박이 지속되면 국내 생산을 줄이고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한국지엠 등 다른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지엠 수출량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한국지엠이 최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크로스오버 신차 주력 시장 역시 미국이다.

완성차는 물론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자동차 부품에도 고관세를 적용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만도 등 수많은 부품 기업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부와 업계는 동향을 파악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곳을 통해 긴급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정부, 업계와 충분히 논의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역할론을 강조한다. 자동차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인 만큼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3월 트럼프 행정부 철강 관세 부과 사례처럼 자동차 관세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 “정부가 나서 한국 자동차가 고관세 정책 예외 국가로 분류되도록 미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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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