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당한 암호화폐 채굴 길드...HDAC 먹튀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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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HDAC 마이닝 풀' 사이트에 뜬 공지문. HDAC 채굴 서버가 해킹을 당해 복구중이라고 써있다.
캡션-'HDAC 마이닝 풀' 사이트에 뜬 공지문. HDAC 채굴 서버가 해킹을 당해 복구중이라고 써있다.

암호화폐 '에이치닥(HDAC)'을 채굴하는 사설 채굴길드(마이닝 풀)이 해킹·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채굴된 암호화폐를 참여자에게 지급하지 않다가 직원 PC 해킹으로 모든 잔고가 무단유출됐다고 공지한 것이다. 이른바 '먹튀'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뚜렷한 규제나 안전장치는 전혀 없어 또다른 피해가 예상된다.

24일 에이치닥을 채굴하는 'HDAC 마이닝 풀'은 사이트에 '오전에 발생한 채굴 서버 해킹으로 복구 중' 이라는 공지를 게시했다. 해킹 원인 분석 전까지 풀의 출금은 제한된다.

마이닝 풀은 암호화폐 채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채굴 자원을 가진 여러 이용자가 모인 집단(풀)이다. 그래픽 카드나 전용 채굴기 등 연산력을 집중시켜 공동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하고 그 결과물을 분배한다. 전용 채굴 장비 등을 지닌 채굴자가 풀에 참여하거나 이미 마련된 공장형 채굴장에 일정 비용을 내고 지분 참여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HDAC 마이닝 풀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땡글'에서 이더리움V라는 이용자가 참여자를 모집한 마이닝 풀이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주도자 아이디를 따 '이더리움V 풀'이라고도 불린다. 에이치닥 관련 마이닝 풀을 가장 초기에 제안해 한 때 200여명에 이르는 채굴자가 참여했다.

현대BS&C 측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사설 풀이다. 이 암호화폐를 발행한 에이치닥테크놀로지 설립에 정대선 현대BS&C 전 사장이 지분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현대 BS&C 해킹'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현대BS&C 관계자는 “에이치닥 명의를 도용해 만들어진 곳으로 현대BS&C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HDAC은 주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일제히 높은 관심도를 보이면서 채굴과 장외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직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대량 매집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장외거래가가 1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HDAC 채굴자는 “22일을 기점으로 채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장외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며 “대규모 장외 거래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서로 확인한 후 암호화폐를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현재 이더리움V 풀 외에도 5~6개 정도 HDAC 마이닝 풀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채굴이 이뤄지면 자동이나 수동으로 페이아웃(출금)해 풀 참여자에게 코인을 분배한다. 반면 이더리움V 풀은 출금 작업이 안 된다며 지급을 연기한 채 풀 참여자만 계속 모집했다.

이더리움V 풀에서 채굴돼 분배되지 않고 보관된 HDAC은 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더리움V 풀은 직원 PC가 해킹돼 풀의 모든 잔고가 무단 인출됐다고 공지했으나 풀 참여자들은 '먹튀'를 의심하고 있다. 채굴된 에이치닥을 나눠주지 않고 해킹을 핑계로 잠적했다는 의혹이다.

일부 풀 참여자는 고소를 준비 중이나 피해자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에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데다 채굴로 인해 획득된 코인 규모 등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HDAC 자체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금액 추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된 사항은 금융당국 소관이 아니다”라며 “과거 국무조정실 주제로 방침이 정해졌지만 암호화폐 규제는 여러 부처에서 나눠하다보니 딱히 이번 사안과 관련 대응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