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한화 이글스 팬은 10년을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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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싫다. 모든 직장인에게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가장 힘든 날이다. 요즘 월요일이 맞이하기 힘든 걸 넘어 싫어진 건 다른 데 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요일도 등급이 나뉜다. 퇴근길이나 퇴근 후 모바일 또는 TV로 야구 중계를 시청할 수 있으면 운수 좋은 날이다. 직접 시청은 못해도 스포츠 채널 야구 전문 프로그램에서 하이라이트라도 보게 되면 평균, 비나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된 날은 우울한 날이다.

야구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스포츠의 의외성 때문이다. 누가 봐도 약자로 분류되던 구단이 예상을 깨고 선전할 때는 더 그렇다. 요즘 KBO리그 판도가 이런 경우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관심을 끌고 있는 구단은 한화 이글스다. 시즌 개막전부터 최약체로 평가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단독 2위라는 놀라운 페이스다. 심지어 1위로 독주하던 두산 베어스를 연이어 잡으며 정점을 달리고 있다.

지고 있어도 9회 말 경기 끝까지 보게 되면 이긴다거나 상대 전적에서 열세에 있던 팀을 상대로 한 '한화의 도장 깨기'라는 말까지 유행한다. 한화가 거둔 28승 가운데 역전승만 16회로 리그 전체 최다, 1점차 승패에서 최근 7연승 등 승리도 스릴이 넘친다. 최근 10년 동안 승수 쌓기 대상이 돼 온 팀의 놀라운 반전이다. 팬들이 중독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한화 팬에게는 '보살'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0년 동안 꼴찌를 도맡으며 가을야구(플레이오프)에 동참하지도 못한 팀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팬에 대한 여러(!) 시선이 담긴 표현이다.

충분히 즐길 만하지만 요즘 팬들의 반응은 또 이채롭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혹시 잘 못해도 응원하겠다” “납득할 만한 경기는 패하더라도 이해한다” “올해보다 내년, 지금보다 미래를 더 기대한다” 등이다.

지금의 결과보다는 이전과 달리 '하려는' '이기려는' 과정에 더 만족하는 듯하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많은 변수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네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북·미 간 이상 기류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아직 미지수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야 한다.

마지막 결과까지 우리가 기대한 이상으로 나오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우리는 이전에 상상조차 못한 역사적 첫 발을 내디뎠다.

남북 정상이 분단 65년 만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북을 오갔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군사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 항구 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판을 뒤흔들었다. 그 성과는 이미 분단 이후 가장 큰 흐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남북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분위기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고, 기대보다 결과가 초라할 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 팬은 가을야구를 위해 10년을 기다렸지만 여전히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더 기대한다. 오늘도 비 소식이 없어 즐겁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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