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2018]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축제 휩쓴 中 '쩐해전술'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 전시회 모습. (사진=전자신문DB)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 전시회 모습. (사진=전자신문DB)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은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를 실감케 한 자리였다. 미니LED를 비롯해 고도화된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은 한국과 격차가 사라지다시피 했음을 보여줬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 새로운 기술을 동시 다발로 시도함으로써 위협 수위를 한차원 높였다.

◇'쩐해전술' 돋보인 中

올해 디스플레이위크 전시는 단연 중국이 화제였다. 대형 부스를 조성한 BOE, 비전옥스, 티안마는 OLED는 물론 마이크로LED, 미니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한 고성능 LCD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이 OLED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신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는 '쩐해전술'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전시회 기간 동안 가장 주목받은 제품에 수여하는 '베스트 인 쇼(Best-in-Show)' 상은 4개 중 3개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야심차게 77인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전시했으나 수상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65인치 크리스털사운드올레드(CSO)가 '올해의 디스플레이'로 선정된데 만족해야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전시해 화제를 모았으나 올해는 별다른 이슈를 낳지 못했다.

티안마가 미니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스마트폰용 HDR 디스플레이 시연 모습 (사진=티안마)
티안마가 미니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스마트폰용 HDR 디스플레이 시연 모습 (사진=티안마)

티안마는 6.46인치 모바일용 HDR LCD로 베스트 인 쇼를 수상했다. 미니LED를 적용해 WQHD 풀스크린과 498ppi 해상도를 구현했다. 비전옥스는 5.99인치 플렉시블 OLED를 활용한 스마트 컵,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보석상자 등 새로운 아이디어 시제품을 전시해 상을 받았다. 대만 AUO는 미니LED를 모니터, 노트북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 시제품을 선보여 베스트 인 쇼로 선정됐다.

비전옥스가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에서 공개한 플렉시블 OLED 적용 스마트 스피커 (사진=전자신문DB)
비전옥스가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에서 공개한 플렉시블 OLED 적용 스마트 스피커 (사진=전자신문DB)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는 “중국은 정부의 든든한 자금 지원을 받아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모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LCD는 기술 격차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기술이 성장했고 지금 같은 기세라면 OLED도 몇 년 안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 기간 동안 스타트업 전시존 '아이존'에서 '베스트 프로토타입' 상을 받은 홍콩 과학기술대학팀이 관람객에게 신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 기간 동안 스타트업 전시존 '아이존'에서 '베스트 프로토타입' 상을 받은 홍콩 과학기술대학팀이 관람객에게 신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스타트업 전시공간 아이존(I-Zone)에서도 중화권이 단연 선전했다. 새롭고 우수한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에 수여하는 '베스트 프로토타입'은 상위 5개 기업 중 1위를 포함해 총 3개 기업이 중화권이다.

1위를 차지한 홍콩 과학기술대학은 전기적으로 억제된 강유전성액정(FLC) 기반 능동형 필드 시퀀셜(field sequential color) 디스플레이 패널을 250ppi로 구현해 인정받았다. 2볼트의 낮은 전압에서 10마이크로초(㎳) 수준의 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하면서도 높은 발광 효율성, 3배 이상 높은 해상도, 높은 색재현력 등의 장점을 갖췄다.

홍콩 제이드버드디스플레이는 인치당 5000개 픽셀과 100만니트(nits) 밝기를 구현한 능동형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시연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마이크로LED 기술로 삼성전자에서 투자받은 대만 플레이나이트라이드도 RGB 화소를 지닌 마이크로LED를 전사하는 독특한 기술을 인정받아 수상했다.

◇디스플레이 코리아 저력도 재확인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보였다.

SID 집계에 따르면 SID에 제출된 논문 수는 한국 142편, 중국 180편을 기록했다. 2014년 한국 71편, 중국 65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두 배, 중국은 약 세 배 늘어난 셈이다. 일본은 2014년 91편에서 올해 74편으로 되레 줄었다.

지난해 SID 회장을 역임한 김용석 홍익대 교수는 “중국은 기업 논문이 대학 논문보다 월등히 많은데 이는 기초 연구보다 당장 기업에서 필요한 연구 위주로 수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저력은 분명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신성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고려대 교수)은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SID 기조연설 등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했으나 최근 몇 년간 아무도 미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기술 방향을 적극 제시해야 우수한 국내외 협력사를 육성하고 생태계를 키우는 효과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대학, 연구소는 물론 기업도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세계 디스플레이 1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