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앞에 선 北·美...중재외교 고민 깊어진 문 대통령

남북 정상간 핫라인 가능성..."대화 재개 최선의 노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루비콘강을 건너기 직전에 서 있다. 중재 역할을 자진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노선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구상에 골몰했다.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열리기 힘들다.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명분도 사라진다. 문 대통령은 깊어진 고민을 안고 5월의 마지막 주말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NSC 상임위원과 심야 회동 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NSC 상임위원과 심야 회동 하는 모습.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를 위한 다음 카드는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실무적인 차원에서 개통됐지만, 실제 정상간 통화가 이뤄진 적은 없다. 개통 직후 “조만간 이뤄 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답변이었다. 최근에는 통화 자체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통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북미간 긴장이 임계점에 달한 상태인만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하고 온 만큼 그의 의중을 북측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보인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을 이유로 6·12 싱가포르 회담의 취소를 전격 통보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픈 순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젠가 만나길 고대한다”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등의 언급이 있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고 정확한 의미를 북측에 전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가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는 25일 이후 재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북고위급 회담 요청 등을 위해서도 이르면 25일, 늦어도 주말경에는 핫라인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측에서도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정상회담 최소와 관련해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부상은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 대한 여지가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인데다 엄중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간 대화가 완전히 끝난 상황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간에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 북미간 직접 대화를 다시 촉구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