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현대차 고육지책 '소탐대실' 피해야

[자동차 칼럼]현대차 고육지책 '소탐대실' 피해야

최근 있은 현대차 지배 구조 개편 논의는 장기 투자자 대 단기 투자자 간 수익 배분 문제로 매몰됐다. 현대차는 결국 시장 힘에 굴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떤 보완책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차 산업 정책이나 자동차 소비자 권리 논의는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주주 간 세력 다툼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시장 목소리에 지나치게 연연하다 보면 당초 의도한 개편 목적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소탐대실' 절충안이 나올까 우려스럽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 전기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자동차 산업이 자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입장에선 국산 자동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무역 장벽도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미래 시장 전망이 더욱 어둡다. 세계 5위를 유지하던 현대차도 국제 위상이 떨어졌다. 앞으로 성장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지배 구조 방안은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단기 수익 구조 개선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 계획에 따라 미래형 첨단 자동차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미래 핵심 기술 내재화, 통합 플랫폼 구축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계 시장 확대 등은 과거에도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현대차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을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은 곱지 않다.

국내 언론 가운데 일부는 세계 5위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통한 매출액 증대에 주력하기보다 국내 시장에서 하도급 업체 영업 관리를 강화, 손쉽게 영업 수익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단속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압박, 중소 부품업체 하소연은 늘어 갔다. 일부 기술력과 영업력이 있는 중견 업체조차도 완성차 업체와 '불편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물량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안주했다. 완성차 업체가 주는 도면을 토대로 생산하고 할당된 물량만을 납품했기 때문에 자체 기술력이 늘지 않았고, 유통 체계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관계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국내 하도급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조차도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엔 동반 침체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보수용 부품보다 첨단 제조용 부품, 국내 시장보다 세계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 업체 먹거리 영역으로 간주되는 보수용 부품 시장보다는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라는 첨단 부품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런 경우 국내 보수용 부품 시장 독점 유통 체계에 변화가 생겨 부품 업체의 판로가 늘어 매출액도 증가된다. 소비자에게도 부품 선택권이 늘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 지배 구조 개선은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정책 당국 제도 지원도 중요하다. 먼저 완성차 업체는 물론 중소 부품 업체도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육성해야 할 정책 대상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고질병인 '제 식구 감싸기'식 정책 지원도 사라지기 쉽다. 국토교통부는 중소업체가 생산하는 부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부품업체가 수출에 걸림돌로 인식되는 디자인권도 글로벌 기준 변화에 맞게 단계별로 완화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도 '상생의 길'에 동참하기 위해 경영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제시될 보완 계획 진정성을 일반 국민은 물론 다수 주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각 교정도 필요하다. 과거 그릇된 행태에만 집착하면 개선 기회조차도 놓치기 쉽다. 북한 핵 폐기 선언을 무작정 의심하고 부정만 하면 남북 평화 싹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부품 산업 생태계를 조성, 정부가 원하는 4차 산업혁명 결실을 얻기 위해선 신뢰와 인내가 필요하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skhwang@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