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배트맨 비긴즈, 트라우마 이겨내기

배트맨 비긴즈 포스터
배트맨 비긴즈 포스터

어린 브루스 웨인은 박쥐가 가득한 동굴에 갇힌다. 겨우 헤어 나온 이후에도 박쥐는 공포 그 자체다. 어려움을 겪고 불안에 휩싸일 때마다 마음속에 박쥐가 떠오른다.

브루스의 공포는 지속된다. 부모가 괴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부모 죽음과 어린 시절 박쥐가 불러일으킨 공포가 그의 마음 한 켠을 지배한다.

어린 브루스는 강함으로 공포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이기기 위해 정신을 단련하고 무술을 연마하고 강자를 찾아다니며 도전해 이겨낸다.

배트맨 비긴즈 영화장면
배트맨 비긴즈 영화장면

그는 배트맨으로 거듭난다. 배트맨은 밤을 지키며 악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이자 박쥐로 상징되는 내면의 불안을 완전히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시리즈 3부작은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브루스 웨인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공포와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배트맨은 조커와 베인이라는 악당 공격으로 곤경에 처할 때마다 공포 원인을 제대로 직면하고 결국은 극복해낸다.

배트맨 비긴즈 영화 장면
배트맨 비긴즈 영화 장면

배트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트라우마는 그리스어로 '상처'라는 뜻이다.

브루스가 겪은 불안은 의학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다. 생명 위협이나 신체 손상 같은 심각한 사고, 지인 죽음이나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스트레스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PTSD로 남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의학계는 트라우마 극복과 관련한 연구를 지속한 결과 충격 후 뇌 변화로 겪게 되는 질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치료하면서 관리하면 트라우마는 '마음의 상처'라는 어원처럼 흉터를 남기더라도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치료법으로는 약물과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사용된다. 심리치료법으로는 괴로웠던 기억을 떠올려 응시하게 하면서 안구를 굴리거나 다른 촉각을 느끼도록 해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이 있다.

타인 도움도 중요하다.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만 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것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중요한 치료법이다.

브루스 웨인은 초인적인 의지로 트라우마를 극복해낸다. 현실에서는 개인의 의지만큼이나 의학과 공동체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