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시장 겨냥…스타트업, 전자식권 삼국지

10조원 규모 전자식권 시장을 두고 스타트업 간 각축전이 불붙고 있다.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스마트 올리브(대표 박현숙)가 최근 나이스그룹 대상 전자식권 공급을 시작했다. 나이스 홀딩스·신용평가·정보통신·평가정보 등 네 개 계열사 1200여명이 사용한다. 스마트 올리브는 2016년 6월 설립됐다. 전자식권 브랜드 올리브식권을 지난해 4월 출시했다. 식권업계 막내지만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년 새 고객사 30여 곳을 확보했다. 퍼시스, LG복지몰, 알지피코리아, 한국능률협회와 같은 굵직굵직한 대기업, 협회가 포함됐다.

벤디스(대표 조정호)도 고공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2014년 1월 문을 열었다. 같은 해 9월 국내 최초 전자식권 밀크를 선보였다. 반 년 뒤 서비스명을 식권대장으로 바꿨다. 매달 거래량이 가파르게 불어난다. 지난해 1월 1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 처음 20억원을 넘겼다. 올해 1월에는 30억원을 돌파하며 1년 만에 거래량을 세 배 키웠다. 현재 기업 190여곳 임직원 4만5000명이 식권대장을 쓰고 있다.

푸드테크 업체 식신(대표 안병익)도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업계 1위 벤디스의 최대 경쟁자다. 2015년 7월 식신e식권을 앞세워 전자식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1년여 가까이 늦었지만 격차를 크게 좁혔다. 현재 고객사 150여곳을 보유 중이다. 벤디스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식권대장 BI.
식권대장 BI.

최근 격전지가 바뀌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회사 주변 맛집으로 전장이 확대됐다. 사용자에게 다양한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전자식권 활용 범위를 늘리기 위해서다. 대기업 급식업체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식신이 한발 앞서간다. 식권 가맹점 2500여곳을 유치했다. 벤디스는 1800여곳, 스마트 올리브는 600여곳이다.

업체 간 강점은 제각각이다. 벤디스는 원조 전자식권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자 1만5000명 식사를 책임지는 등 서비스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35억원 상당 50만끼가 식권대장을 통해 결제됐다. 식신의 경쟁력은 맛집관련 풍부한 데이터베이스(DB)다. 2010년 회사를 세웠다. 맛집 소개 앱 식신, 배달 앱 식신히어로를 운영하며 음식 DB를 쌓았다. 탄탄한 영업망도 구축했다.

스마트 올리브는 차별화로 승부를 걸고 있다. 스마트폰으로만 밥값 계산이 가능한 기존 전자식권과 달리 사원증으로도 낼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사원증에 부착된 무선주파수인식(RFID) 칩과 연결돼 결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아직 선두권 업체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사진=식신 제공.
사진=식신 제공.

다만 세 업체 모두 제갈 길만 가고 있다.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식권 시장은 아직 미개척 영역에 가깝다. 업계는 전자식권으로 전환 가능한 국내 식대시장 규모를 8~10조원으로 추정한다. 이 중 세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0.5%에도 못 미친다. 99%가 넘는 새로운 시장이 존재한다. 오히려 위협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동원홈푸드, CJ프레시웨이와 같은 대기업 급식업체다. 지금은 구내식당 운영에만 집중하지만 언제든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식신은 이미 이들 업체와 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조 시장 겨냥…스타트업, 전자식권 삼국지

업계 관계자는 “다른 O2O 사업과 마찬가지로 시장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신생 업체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시장이 막 개화한 상태여서 스타트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2~3년 뒤에는 대기업까지 가세,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