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모리 반도체, 전략과 관심 필요할 때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에 10년 동안 170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연간 2000억달러에 이르는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궁극 목표다. 두려운 것은 중국 정부 '반도체 굴기' 계획이 탄탄하고 전략 차원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자국 세트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가격 담합 조사까지 착수했다. 시간문제일 뿐 달성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중국이 목표대로 간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 예산을 지속 줄여온 한국 정부는 올해는 아예 신규 반도체 연구개발(R&D) 사업에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다. 과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R&D 예산을 투입하던 분야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와 장비, 재료, 부품 등 후방산업 육성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고 있지만 '잘나가는 산업'이라는 훈장(?)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앞선 적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다. 중국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중국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금 우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중국으로부터 투자 받는 것이 성공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대기업이 지키고 있지만 메모리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국내가 됐건 해외가 됐건 사업 효율화 방법을 찾는다. 돈이 몰리고 R&D가 원활한 사업 환경을 원한다. 이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으로 촉발한 '메모리 중심 컴퓨팅' 등 새로운 흐름에 편승,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안일하게 대처하면 메모리 강국 코리아 1위 주도권은 물론 기회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도체=잘나가는 산업'이라는 막연한 인식은 버리고 경쟁국 도전에 견뎌 낼 수 있는 전략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