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누구 뽑을 거예요

[데스크라인]누구 뽑을 거예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주 북미정상회담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놓을 대형 이벤트 시리즈에 온 나라 시선이 모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세하는 남북미 3자 회담 가능성도 제기돼 더욱 관심이 높다.

급진전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반기지만 내심 걱정하는 곳도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선거 출마자다.

지난 3월 말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었다.

지방선거는 하필 거대 블랙홀 세력이 정점에 이르는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에 열린다. 흥행 면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선거 판세마저 대략 예상되는 구도여서 변수도 적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지방선거다. 12곳 국회 재·보궐선거도 함께 열린다. 내가 사는 지역 일꾼을 뽑는 중요한 이벤트다.

다행히 최근에는 지방선거 분위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지방선거' 키워드에 관한 구글 트렌드 검색 빈도도 부쩍 높아졌다. 지난주 공식 선거 운동 개시 이후 각 후보가 아침 출근 길 지하철 역에서 명함을 돌리고, 요란한 캠페인송을 전하는 유세차가 돌아다닌다. 예년보다는 덜하지만 선거 기분이 나긴 한다.

자연스레 “누구 뽑을 거예요”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도 늘었다. 서로의 선거구는 물론 주목받는 타 지역 단체장 선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아쉬운 것은 대화의 모양새다. “나는 A 후보를 뽑을 겁니다”라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이가 드물다. “A 후보가 당선될 것 같긴 한데 썩 맘에 들진 않고, 다른 후보에 한 표를 던지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고….” 대개 이런 식이다.

유권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선거철에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눈도장을 찍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요란한 홍보에만 치중할 뿐 정책 내실 다지기에 소홀하던 광역단체장까지 그들 잘못이 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투표 때마다 겪는 '인물 부재' '정책 부실'의 악순환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직접 출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 가운데 고르고 살펴서 지역 최고 일꾼을 뽑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수많은 후보를 보고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우리 동네 출마자를 한번 알아보면 좋겠다.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지, 누가 과거에 성과를 올리고 과오를 저질렀는지 알아보자. 이것마저 귀찮다면 출근길에 만나는 후보가 전해 주는 명함을 받아서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초부터 광역단체장에다 교육감까지 골라야 할 후보가 많다고 불평하기보다는 그만큼 중요한 투표라고 여겨 보자.

13일 아침이면 국민 모두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오간 대화 및 파격 이벤트를 되씹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논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망을 놓고 너도나도 해설자가 되듯 지방선거에서도 국민 전문가가 돼 보자.

지방선거까지 5일 남았다. '누굴 뽑을지' 고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모쪼록 신중히 생각해서 최고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지자.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