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차라리 '번호이동' 운동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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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차라리 '번호이동' 운동을 해라

시장에 사업자가 하나밖에 없다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싶을 것이다.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가격이 올라도 살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이는 '독점'이라 불리며, 강력한 사전 규제 대상이다.

반대로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지 않을 때는 사전 규제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피해가 발생한 이후 조치를 취하는 사후 규제가 적절한 처방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는 독점사업자가 없다. 1위 사업자 점유율이 40% 중반대다. 이통사가 셋뿐이니 과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3개 회사가 담합해서 요금을 올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론의 감시가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감히 요금을 올리는 무모한(?) 사업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형식으로나 실제로 사전 규제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

남은 건 경쟁 촉진뿐이다. 통신 당국과 경쟁 당국은 규제 체계를 사후 규제로 전환하고 경쟁을 촉진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해외에선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사라진지 오래며, 이용 약관조차 정부에 신고하지 않는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을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며 인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정말로 계속 그런 주장을 할 거라면 차라리 이통사 국유화를 하자고 하는 게 정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는 게 아니다.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낀다면 '시장의 힘'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떤가. 이통사는 가입자 이탈에 매우 민감하다. 가입자를 고작 수천 명 늘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으로 수천억원 투입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만약 요금을 안 내린다면 특정 이통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번호이동 운동을 한다고 선포하면 어떨까. 시민운동을 통해 단 1000명만 번호이동을 해도 곧바로 지금보다 싼 요금제를 내놓지 않을까.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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