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인터넷기업의 장수비결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습니다.”

김정주 NXC 대표가 얼마 전 언론에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다. 김 대표는 “창업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넥슨이 성장한 데는 직원들 열정과 투명한 수평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런 문화가 유지돼야 회사가 계속 혁신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올해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인터넷 기업 창업자들이 모두 50대에 들어섰다. 김정주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1968년생,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GIO는 1967년생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966년생이다. '앙팡 테리블'이던 이들은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젊은 경영인 축에 든다고 하기 어렵다.

경영권 2세 승계 불가를 천명한 김정주 대표의 다짐은 생태계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를 둘러싼 전후 사정과 상관없는 이야기다.

기업 의사결정 열쇠는 주식이 가장 많은 이가 거머쥔다. '오너'로 불리는 대부분 게임·인터넷 기업 창업자가 해당한다. 주식회사 권리는 주주도 나눠 행사한다. 기업이 크기까지 국가, 사회, 이용자 역할도 컸다. 임직원은 말할 것도 없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은 개인 것이 아닌 한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게임·인터넷 산업은 20년을 정신없이 달려왔다. 오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를 운영한다.” 그만큼 이 생태계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지금도 변한다. 시장 선봉에서 기업을 진두지휘하던 이들도 언젠가는 예봉을 잃기 마련이다. 게임과 인터넷 시장은 제조업 등 기존 인프라 사업과 구조가 다르다. 2세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물려줘서도 안 되고 물려줄 수도 없다.

김 대표는 편지에서 “국내외 5000여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기업 대표로서 큰 사회 책무를 느낀다”고 밝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작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혼란을 겪는 시간을 줄일수록 생존율은 높아진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