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자회사 첫 상장 추진..국내병원 의료IT 경쟁 불붙는다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이 의료 정보기술(IT) 자회사 상장을 추진한다. 병원 IT 계열사 상장 추진은 국내 처음이다. 병원 핵심 역량으로 의료 IT가 급부상하면서 대형 병원 IT 자회사 설립과 역량 강화가 활발하다. 병원 의료 IT 영역이 신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병원 IT 계열사 이지케어텍(대표 위원량)은 내년 2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1월 주식 총수를 100만주에서 1억주로 늘렸다. 그후 1주 액면금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했다. 최근 최대 주주 서울대병원이 이사회를 열고 이지케어텍 IPO 계획안을 의결, 확정했다. 주관사로 한국투자신탁을 선정했다.

서울대병원은 이지케어텍 지분 44.57%를 보유했다. 이지케어텍은 서울대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 차세대시스템 구축, 유지보수 등을 수행한다. 2011년 정부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지원으로 국산 병원정보시스템(HIS) '베스트케어 1.0'을 개발했다. 국내 10여개 병원에 공급하고 중동·미국 등 해외 의료기관에 수출했다. 지난해 매출 529억원, 영업이익 41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서울대병원 자회사 상장은 성장 가능성과 수익 다변화가 배경이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이지케어텍·SNUH벤처 등 3개 자회사와 이지메디컴·인더스마트 등 2개 출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가운데 흑자를 기록하는 곳은 이지케어텍이 유일하다.

국내외 사업 성공이 상장을 추진하게 했다.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에 700억원 규모를 수출한데 이어 지난해 미국 오로라헬스케어그룹과 23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을 넘어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까지 뚫었다.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해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차세대 수익 모델인 클라우드 버전 개발과 함께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는 “해외 진출과 클라우드 버전 등 신규 솔루션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상장으로 확보한 재원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개발과 해외진출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상장으로 매출 구조 다변화도 꾀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매출 9948억원 가운데 90% 이상이 진료 수익이다. 낮은 수가 등으로 지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지케어텍이 상장 후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진료 외 수익 모델 창출로 적자 해소가 가능하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IMSS 2018' 이지케어텍 부스에서 회사 관계자가 방문객에서 베스트케어 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IMSS 2018' 이지케어텍 부스에서 회사 관계자가 방문객에서 베스트케어 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다른 대형 병원도 의료 IT 자회사 역량 확보에 나선다. 연세의료원은 올해 초 의료 IT 자회사 후헬스케어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로 사명을 바꾸고 시스템 유지보수, 솔루션 사업을 강화했다. 합작사 KT와 투자 확대 계획안도 발표한다.

가톨릭의료원 의료 IT 자회사 평화이즈도 지난달 대외 HIS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의료원 내 유지보수, 시스템 개발 업무를 넘어 대외 사업으로 가치 창출에 나선다.

고대의료원, 가천대길병원 등도 의료 IT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고대의료원은 개발하고 있는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사업화, 가천대길병원은 시스템 유지보수 전문성과 비용 효율성 확보가 각각 목적이다.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대형 병원 중심으로 의료 IT 자회사 역량 확보는 우선 늘어나는 병원 시스템 유지보수를 전문 및 비용 효율로 전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나아가 진료·연구 등 병원 전체 경쟁력이 IT 역량과 연관돼 의료 IT 자회사를 통한 기술 확보와 수익 창출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