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세계 최고 생산성 비결은

생산성은 자동차 회사의 제조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외 여러 자동차 공장들이 생산성 저하로 문을 닫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부산·경남 지역 최대 자동차 제조 공장인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찾았다. 부산 신호공단에 자리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연간 27만대(2교대 기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르노삼성차는 물론 르노, 닛산 브랜드 차종을 함께 만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효자 공장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르노-닛산 스마트 공장…혼류생산 강점

부산공장은 르노-닛산 기술을 도입한 국내 유일 스마트 자동차 공장이다. 프레스와 차체, 도장, 조립, 부품, 엔진, 경합금 등 5개 차체 공장과 2개의 파워트레인 공장을 갖췄다.

부산공장 차체 라인에서는 SM 시리즈와 QM 시리즈, 닛산 로그 등 7개 차종을 하나의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 공정을 채택하고 있었다. 부산공장 혼류생산 시스템은 최대 5개 플랫폼, 8개 차종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 다른 공장 혼류생산 차종이 2~3종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공장은 2010년 27만5000대를 생산했으나, 2013년 12만9000대까지 절반 이상 생산 대수가 하락했다. 그러나 다시 3년 만에 이전 최대 생산 대수 27만대 이상을 생산해냈다.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개 라인에서 8개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생산 공정이 주효했다.

르노삼성차는 리바이벌 플랜 핵심과제로 부산공장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했다. 부산공장 생산성은 스마트 공정 시스템화,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차체 공정인 용접 조립 라인에 도입한 인공지능형 다차종차체용접시스템(IBPS)이 대표적이다.

백호선 부산공장 차체팀장은 “르노-닛산 기술 표준에 따라 IBPS에서 36개 로봇이 차체를 제작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 곳에서 4개 플랫폼, 8종 차량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 곳곳에는 무인운반차(AGV)가 부품을 싣고 나른다. 무인운반차는 각 차량 부품을 작업자와 가까운 거리에 공급한다. 이 시스템으로 작업자는 운반과 같은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에 집중할 수 있다. 무인부품운송 비율은 2013년 30%에서 2016년 95%까지 증가했다.

백 팀장은 “혼류생산은 신차가 투입될 때마다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 300만대 돌파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달 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 300만대 돌파 기념식이 열렸다.

◇18년 만에 누적 생산 300만대 돌파

지난달 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누적 생산 대수는 2000년 9월 회사출범 이래 18년여 만에 300만대를 돌파했다. 2008년 9월 누적 생산 100만대, 2013년 10월 누적 생산 200만대 이후 5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회사 출범 후 올해 4월까지 내수 물량 생산 대수는 약 169만대, 수출 물량 생산 대수는 약 130만대에 이른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연간 27만대를 생산해 100%에 가까운 공장 가동률을 실현했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 공장에 대한 생산성 지표인 2016년 하버 리포트 평가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148개 공장 중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르노삼성차는 부산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2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부산·경남 지역 협력사 2만3000여명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협력사 매출도 2013년 674억원에서 2017년 1조3791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정국 르노삼성차 홍보담당은 “부산공장이 세계 최고 수준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은 혼류생산 시스템으로 유연한 생산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