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버스와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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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버스와 여객선

요즘처럼 경제학이 주목받은 적이 있을까. 지난해부터 소득주도성장에 제기됐던 의심 혹은 비판이 최근 구체적 검증을 요구하는 논쟁으로 확대됐다.

경제는 살아있는 주체의 상호의존적 집합이라 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예언의 자기충족적 속성도 가지고 있다. 사전적으로나 단기적으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판단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경제가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영할 일이다.

논란의 발단은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의 소득부분이다. 가장 소득이 낮은 20% 인구인 1분위의 소득이 8% 감소한 반면 가장 잘 사는 20%의 소득은 9.3%가 증가해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발표에는 없었지만 소득 중 세금이나 연금, 보험 같은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을 보면 1분위가 무려 12.8% 감소한 반면 5분위는 5.3%가 증가해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1분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급감한 가운데 이전소득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 분석의 원자료는 해석상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사의 표본이 2018년 개편으로 이전과 크게 바뀌었다. 때문에 전년도와 비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료는 소득 하위 20% 인구특성에 관해 주목할 만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인구집단은 가구원수도 작고 가구주 연령이 급속히 노령화되는 가운데, 유업자(자영이나 취업)가 줄어들고 무직자 비중이 늘고 있으며 하위 10%에서는 상용근로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사하는 바는 지금의 소득불평등은 가구구성원의 변화 특히 가구주의 노령화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변화(무직, 임시일용직)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노령화에 따른 노인빈곤, 최영세 자영업자, 근로소득으로부터 이탈자, 실직자, 본래부터 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람 등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분위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을 상향하고 근로장려금을 충실히 지원하는 등 소득보장대책과 의료비나 주거 지원과 복지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또 실업부조를 강화하고 노인일자리를 확대하며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자영부문에 대해 전기료나 카드수수료 등을 경감해야 한다.

결과를 두고 정부의 최저임금정책 나아가 소득주도 성장론의 실패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의 원인은 최저임금정책에서 기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한 이유를 확인시켰다.

논쟁은 청와대 가계소득동향 긴급점검회의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는듯했다.

논란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라는 주제로 국책연구기관으로 이동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최저임금의 올해 분 고용감소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시급 만원이 되도록 연이어 15%씩 올리면 앞으로 2년간 24만명 고용이 감소될 것이므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민한 주제였기에 의도와는 관계없이 논란이 촉발됐다.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측을 하다 보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 되는 고용탄력성을 미국의 오래된 자료나 헝가리의 것을 사용하였다는 점은, 추정의 신빙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점검하는 것은 집권 1년차를 지나며 필요한 일이다. 우리 경제는 IMF를 겪으며 저성장과 양극화가 고착화했다.

집권 5년마다 1%씩 성장률이 급강하하고 소득분평등과 양극화지수가 대부분 미국 수준으로 달려가는 과정이었다. 4대강 사업과 부동산경기 활성화로 대표되는 부채주도형 성장의 결과였다는 것이 대부분의 분석이었다.

재벌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더 이상의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두고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로 뒷받침했다. 일자리를 핵심 성과지표로 삼았다. '사람중심경제'로 경제정책 중심을 이동했다.

이론은 물론이고 정책상에서도 일대 급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우리가 나아갈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 버스로, 혹은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가는 길이 늘 곧은 것만은 아니다. 굽은 길이나 골목길을 갈 수도 있고, 때로는 돌아갈 수도 있다.

배는 망망대해만이 아니라 다도해 섬 숲을 파도와 헤쳐 가다보면 늘 직선 길로만 갈 수는 없다.

급선회를 할수록 그동안의 방향으로 쏠리는 힘도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타력을 조심하지 않으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멈추면 목적지를 잃는다. 중요한 것은 버스나 여객선처럼 함께 가는 여행길에는,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서로서로 확인하며 행선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 jopele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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