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준비에 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담판'을 하루 앞둔 11일 정상회담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날 나란히 싱가포르에 입성한 두 정상은 공식일정을 최소화하면서 회담의제를 미리 점검하고 협상전략을 짜고 있다.

두 정상 모두 '승부사'로 통할 정도로 협상에 능하지만, 전세계가 주목하는 담판의 무대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치밀하고 빈틈없는 사전 준비가 긴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밤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2시간 가량 오찬을 겸한 회담을 하는 것 외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석자 없이 리 총리와 일대일 면담을 갖는데 이어 측근들을 대동해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할 예정이다. 리 총리와의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번 회담을 제삼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기대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시아 외교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 봉쇄 전략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해온 국가 가운데 하나다. 리 총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아시아 안보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대북) 압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화가 그렇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먼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리 총리로부터 역사적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분위기와 태도 등도 전해 듣는 등 '정보 탐색'도 할 수 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이외의 외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하루 일정을 모두 비우고 회담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4700㎞를 날아와 트럼프 대통령과 불과 570m 떨어진 곳에서 첫날밤을 보낸 김 위원장 측은 이번 싱가포르 방문길에 동행한 북한 대외부문의 정예멤버들과 차분하게 회담 전략과 실행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첫 북미정상회담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대외부문의 정예멤버들은 물론 김 위원장의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여동생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명문화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확실한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는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히 김 위원장으로서는 즉흥적이고 변칙적 협상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리 파격적 제안을 하며 '선수'를 치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