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다시 시작된 희토류 전쟁

[ET단상]다시 시작된 희토류 전쟁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이 뇌관은 그대로 남겨둔 채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외관상으론 미국의 승리 같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지난 4월 6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미·중 통상 전쟁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 품목으로 희토류를 지목했다. 희토류는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료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무기 제조를 생각할 수 없다.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 분야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희토류를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부르는 이유다. 더힐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은 안보 측면에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희토류 수요의 거의 100%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아 채운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의 첨단 제품 생산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짙다. 미국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10년 9월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영유권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무기로 사실상 일본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은 자국 영토 내 광산을 넘어 공해 해역에서도 활발하게 희토류 탐사, 채굴에 나서는 등 희토류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자국 영해에서 희토류 매장량을 발견했다. 4월 10일자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와세다대 연구팀이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섬 해저 25개 지점에서 세계가 수백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1600만톤 이상 희토류 부존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희토류를 채집해 농도를 분석한 결과 하이브리드카 등에 들어가는 전지연료 디스프로슘과 레이저 같은 군사 무기용에 사용되는 이트륨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이번 성과를 영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산업 구조가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희토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확보에 나섰다. 지금은 자원 개발 부정 시각으로 희토류 확보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희토류는 일반 금속인 구리, 철, 아연, 니켈처럼 단일 원소로 이뤄져 있지 않다. 일반 금속 광물은 채광, 선광 단계를 거치면 충분히 판매 제품으로서 가치를 띤다. 그러나 희토류는 그렇지 않다. 성질이 유사한 원소가 공존하기 때문에 가공 기술을 거쳐 단일 원소로 분리해야 한다. 다른 광물처럼 희토류는 광산 개발에 이어 산업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가공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2001년 희토류의 전략 가치를 인지하고 당시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희토류를 전략광종으로 지정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희토 산업의 본고장 중국 진출을 모색했으나 중국 정부가 자국 희토류 광산 개발에 외국 기업 참여를 금지, 가공 사업에 진출했다. 광물공사는 또 2012년 포스코와 공동으로 중국 희토 자성재료 업체인 영신희토 유한공사의 지분 60%(광물공사 29%, 포스코 31%)를 인수, 연간 희토 영구 자석 1500톤을 생산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2013년 9월 포스코 내부 사정과 광물공사 부채 절감 이유로 2016년 11월 광물공사와 포스코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다. 아니 시도도 없다.

더 늦기 전에 다시 희토류 확보에 나서야 한다. 희토류는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러시아, 호주, 베트남 등지에도 부존한다.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 이외 나라에서 희토류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자체 조달 경로를 개척하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탐사-개발-가공기술-비축 등 희토류 전 주기 확보 망을 구축해야 한다.

강천구 한국광업협회 기술자문위원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