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는 주식시장 시가총액 500조원 날아간다...최근 5년 내 최고 수준

비중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시총 25% 넘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및 유관 장비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관련 업종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육박하면서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 25%를 넘어섰다.

반도체 없는 주식시장 시가총액 500조원 날아간다...최근 5년 내 최고 수준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수출 산업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미래 가치를 가늠할 주식시장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마저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주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GICS 산업 분류 기준 하드웨어 및 IT장비 업종,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업종의 시가총액은 각각 397조5700억원과 101조5200억원 등 총 499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1920조원 가운데 각각 20.7%, 5.3% 등 총 26.0%에 이른다.

반도체 관련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지수에 따른 결과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1년 당시 반도체 관련 업종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4%에 불과했다. 2014년 6월 22.9%까지 증가한 이후 2016년에는 17.4%까지 다시 낮아졌고, 지난해부터 25%를 웃돌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은 사실상 반도체 관련 업종이 이끌었다. 2016년 6월 8일 2027.08(이하 종가 기준)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8일 현재 2451.58로 400포인트(P)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703.99에서 878.48로 올랐다. 2년 동안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496조1000억원에서 1920조1800억원으로 424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관련 업종 시가총액은 260조7600억원에서 499조900억원으로 약 238조원 증가했다. 시가총액 증가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반도체 관련 업종이 차지했다.

반면에 나머지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큰 변동이 없었다. 그나마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바이오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전통 수출 주력 사업에는 투자자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산업 주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2014년 6월 138조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10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5년 동안 약 50조원 증가에 그쳤다. 비중도 9.7%에서 9.2%로 소폭 감소했다.

이선호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으로만 설비투자가 편중되고 있다”면서 “반도체 경기 둔화 시 대체 가능한 주도산업 발굴과 유관 업종으로 온기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용어설명>GICS산업분류(The 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글로벌 지수 산출 기관인 S&P와 MSCI가 1999년 공동으로 개발한 증시 전용 산업 분류 체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2014년부터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업종에서 기술 하드웨어 및 장비 업종으로 분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