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암호화폐공개) 허용국, 도넘은 한국기업 갈취...'3+1' 을사조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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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공개(ICO)가 막히자 해외에서 ICO를 추진하는 우리 기업 대상으로 외국 정부, 현지 암호화폐거래소 등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 해외 ICO를 준비하던 우리 기업은 계획을 무기 연기하거나 해외 법인 설립을 재검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고리대금 수준에 가까운 법인세를 요구하거나 자국 인력을 최소 4명까지 고용하라는 '압박'까지 받았다. 억대 연봉 보장은 기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필리핀, 홍콩 등 외국 거래소와 현지 정부들이 한국 기업 대상으로 ICO 승인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해외 리버스ICO(기업암호화폐공개)를 준비하고 있던 국내 블록체인 기업 CEO는 스위스 당국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현지에서 ICO 승인을 받으려면 재단 설립이 아닌 별도 유한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재단은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당국에 도움이 안 된다며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인력 4명(대표 1+임원 3) 고용이 의무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ICO 승인을 무조건 뒤로 미루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스위스 현지 ICO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또 다른 한국 기업도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 과거에는 연봉 하한선 없이 현지 인력을 한두 명 채용해 달라는 요청이었지만 최근에는 억대 연봉을 요구하며 무조건 현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미 해외 ICO를 통해 조달에 성공한 기업 대표는 조달 금액 35%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부과 받았다. 한국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하자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한국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30%가 넘는 세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납부해야 할 ICO 관련 부과세만 어림잡아 1000억~1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와 홍콩 등이 무리한 요구를 해 오자 최근 한국 기업은 일본과 중국 거래소를 통해 ICO를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중국거래소를 통해 ICO를 준비하던 한 기업 대표는 중국 암호화폐거래소의 황당한 요청에 아연실색했다. 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갑자기 실무진이 대표이사에게 이틀 내로 현지 방문을 요청해 온 것이다. 비자도 없는 상태에서 어렵다고 답변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3국을 거쳐 들어가는 방법으로 겨우 항공권을 예매했다. 그런데 다른 할 일이 생겼다며 회의를 다음으로 미뤘다는 통보가 왔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기업에 정교한 백서 제출은 물론 해당 기술의 스펙 등을 제출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이른바 '돈줄' '을중을'로 평가 절하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지분증권, 채무증권 등 증권 발행 형식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력 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이 해외에서 ICO를 단행한 S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돼 ICO 관련 기업은 샌드위치 형국이 됐다.

한국 정부가 ICO를 금지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국부 유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표] ICO 각국 규제 현황

ICO(암호화폐공개) 허용국, 도넘은 한국기업 갈취...'3+1' 을사조약 논란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