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 음식이 예술이 되고 반려동물도 동반하는 문화공간, 꿈일까?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 고학찬.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제14대 사장 고학찬.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와, 이거 예술이네!” 이런 감탄을 듣게 되는 곳이 꼭 공연장이나 전시장만은 아니다. 을지로에 위치한 유명 냉면집에서도 듣게 되는 이야기다. 곧이어 옆자리에서도 “냉면 맛이 예술이다!”라는 동감의 찬사가 이어진다. 맛도 예술적인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오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 중 청각과 시각 즉 귀와 눈으로 예술품을 감지하고 만끽하게 된다. 클래식 콘서트, 발레와 현대무용, 미술 전시회와 연극 공연이 대개 그렇다. 그러나 어느새 입안의 혀를 통해서도 예술적 경지를 추구하는 우리 모습을 접하게 된다. TV 채널마다 음식 프로그램이 풍년이다. 음식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영감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예술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소위 ‘셰프 전성시대’라고 부르는 요즘, 미슐랭 별에 빛나는 <셰프 ○○○의 신작 발표>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면 ’아트 푸드 Art Food 전시회’로 관심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셰프들이 우리의 비빔밥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경합을 펼치는 모습은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하는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공들인 멋진 음식이 아름다운 장식과 더해진다면 예술의 경지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뿐 아니다. 수저와 나이프, 포크와 냅킨 역시 식탁을 멋진 캔버스로 변모시키는 도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고, 조리과정이 여느 공연보다 인상적인 퍼포먼스로써 사랑 받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음식을 예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와 인재가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깊숙이 파고든 음식문화가 예술의전당에서 소개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음식과 함께 최근 방송계를 장악한 것이 반려동물 소재의 프로그램들이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물 전문 채널까지 생겨났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집을 나서는 것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예술행사를 같이 즐기는 일은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일이기만 하다. 반려동물 관련 행사장이나 애견, 애묘 카페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일 것이다. 예술의전당 밖 인근에서 애완견과 산책하는 시민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강아지와 함께 출입할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서울 서초구에서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 415㎡를 ‘서리풀 지하갤러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하보도는 지상으로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오랜 세월 버려져 있다시피 한 유휴 공간이었다. 미술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와 멀티미디어 상영 공간이 마련된다고 하니 이참에 반려동물도 동반 입장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지금까지 음식과 반려동물이 어울리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전국의 많은 문화시설과 예술기관이 시민생활 밀착형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느라 분주하지만 이런 틈새를 공략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가 지금까지 제안한 내용을 전당 식구들에게 들려준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사장님 이제 그만하시면 됐어요”라는 반응을 듣게 될 텐데 어쩌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