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3>은행 해외 송금을 훔친 '트랜스퍼와이스'

북구 유럽의 인구 130만 소국 '에스토니아'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진취성 강한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전자시민권 제도를 만들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온라인상에서 에스토니아 국적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게 해 주는 '창업 천국'으로 세계 이목을 받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혁명 적극성에는 이 나라 창업가의 성공 신화도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국제 통화를 무료화해 세계인이 애용하는 '스카이프', 유명한 P2P 파일 공유 서비스 '카자' 등이 에스토니아 프로그래머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3>은행 해외 송금을 훔친 '트랜스퍼와이스'

이번에 소개하는 트랜스퍼와이스는 에스토니아 두 젊은이에 의해 만들어진 유니콘 기업이다. 공동 창업가 타베트 힌리쿠스는 스카이프의 '사번 1번' 직원이었다. 영국 런던에 주재하지만 스카이프가 에스토니아 회사이기 때문에 유로로 급여를 받았다. 힌리쿠스는 월세를 내기 위해 영국의 화폐 파운드로 환전이 필요했다. 반면에 런던에 함께 있던 친구 크리스토 카르만은 고향 에스토니아에 남아 있는 주택 융자금을 내기 위해 매달 파운드를 유로로 바꿔서 본국에 송금해야 했다. 은행이 환전으로 이익을 보고 송금 수수료를 통해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매월 기준 환율 기준으로 카르만은 힌리쿠스의 영국 은행에 파운드를 입금시키고, 힌리쿠스는 카르만 계좌에 유로를 입금했다. 이로써 은행의 환차와 송금 수수료를 피할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이들은 두 화폐 간 환전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송금이 필요한 사용자를 연결했다. 은행의 사고파는 다른 환율이 아니라 기준 환율로 교환하고 송금 수수료를 피하는 방식으로 기존 은행에 비해 국제 송금 비용을 약 90% 절감하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은행의 국제 송금 사업을 파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혁신으로 말미암아 2015 다보스포럼에서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지금은 핀테크 회사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자는 2011년 트랜스퍼와이스를 영국에 설립한 뒤 2012년 규제 당국으로부터 송금 인가를 취득하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런던에 본사를 두고 에스토니아의 탈린, 미국 뉴욕, 싱가포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60여개국에서 2017년 5월 기준으로 하루 10억파운드 이상을 송금하는 핀테크 회사로 성장했다. 2017년 국경 없는 은행 계좌를 유럽과 미국에서 출시했으며, 마스터카드·직불카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3>은행 해외 송금을 훔친 '트랜스퍼와이스'

이 같은 글로벌화 성공에는 유명한 벤처투자자 자금 유치가 커다란 기반이 됐다. 초기 투자자에는 페이팔 공동차업자 막스 레프친이 포함되고 후속 투자로 실리콘밸리의 큰손 피터 틸, 앤더슨 호로비츠 등 유명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현재 기업 가치 2조원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흑자를 달성,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이들의 성공에는 런던의 금융 산업과 핀테크 육성 적극 정책이 가장 큰 바탕으로 작용했다. 은행 고유 업무로 규제되고 있던 해외송금 업무를 신설 핀테크 회사에 즉시 인가해 준 규제 당국의 개방성이 새로운 핀테크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혁신 창업에서 규제 당국의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웅변해 준다.

트랜스퍼와이스는 2017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유럽 본사를 탄생의 요람인 런던에서 영국 밖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 브렉시트의 영향을 보여 주기도 했다.
트랜스퍼와이스는 자신들의 경험, 즉 불편으로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 전형을 보여 준다. 또 에스토니아의 물리학 등 튼튼한 기초 학문으로 다져진 교육의 수월성과 개방성, 스카이프의 대성공은 여러 성공을 낳고 있다. 성공한 벤처의 기술과 성공 경험이 후속 창업에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3>은행 해외 송금을 훔친 '트랜스퍼와이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