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된 P2P대출시장, 정부 '사후약방문' 처방 논란

P2P대출 연체율 추이
P2P대출 연체율 추이

최근 투자자 돈을 갚지 못한 P2P대출업체 7곳이 횡령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투자자가 돌려받지 못한 돈만 800억원이 넘는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강도높은 단속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며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금융위원회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법무부 및 경찰청이 참여하는 P2P대출 합동 점검회의를 열었다. P2P 관련 허위대출과 자금 횡령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P2P대출 관리·감독 방안 마련토록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P2P 시장에 진입 제한이 없다 보니 업체가 난립, 기술력과 안전성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검·경과 협력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단속·처벌하고, 부동산 대출에 대한 공시 강화 등 추가로 규율이 필요한 사항은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해 신속히 반영할 것”이라며 “향후 입법을 통해 강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에 업계는 사후약방문이라며 비판했다. 정부의 확실한 규제 체제 미비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P2P산업 순기능에 대한 고려도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간 P2P대출은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P2P관련 기업은 위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접 중개형 대출 구조를 취하고, P2P 대출 플랫폼과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활용해 P2P 대출사업을 했다. 금융당국이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임의로 협력을 요청하는 행정 지도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온라인 대출 정보 연계 대부업자에게 금융위원회 등록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P2P 대출 서비스를 감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불량 P2P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늘고 구조적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5년 말 27개였던 P2P 업체는 지난 5월 말 178개(금융위 등록 기준)로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대출액은 약 4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88배 급증했다.

한 P2P기업 대표는 “현행 P2P대출 가이드라인은 투자 한도를 업체당 1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자기 자본을 활용한 대출을 금지했다”며 “정부가 P2P산업을 대부업 최고 금리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대부업과 분리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P2P산업이 갖는 순기능이 정부의 규제로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P2P는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비금융정보(연성 정보)를 활용하는 신용평가 기술을 기반으로 대출 중개 과정을 자동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투자자 측면에서 기존에는 참여가 제한됐던 대출 시장(채권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개인이 온라인으로 쉽게 분산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고위험 대출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시장이 확대되는 순기능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국P2P금융협회도 자율규제 강화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 12일 총회를 열고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합의했다. 해당 안은 크게 △가입 희망업체 심사 시 현장 실사 부활 △회원사가 페이게이트 대신 시중은행 통해 자금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