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필름·폭스콘, 애플에 페이스ID 모듈 공급…LG이노텍 위협

애플 아이폰X에 적용된 '페이스ID' 구동 모습. (사진=애플)
애플 아이폰X에 적용된 '페이스ID' 구동 모습. (사진=애플)

중국 오필름과 폭스콘이 올 가을에 출시될 애플 신형 아이폰에 '페이스ID'용 모듈을 공급한다. 중국 업체가 아이폰 내 핵심 광학 부품을 공급하는 건 이례다. 그동안 애플 광학 부품은 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급했다. 중국 부품업체가 아이폰에 납품한 것은 글로벌 수준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여서 LG이노텍 등 국내 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오필름은 애플 차기 아이폰에 페이스ID용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페이스ID 기능을 구현하는 3대 부품인 적외선 카메라, 투광 조명센서, 도트 프로젝터 가운데 하나인 적외선 카메라 모듈을 맡았다. 또 폭스콘 카메라 모듈 사업 부문(이하 폭스콘CMBU)은 적외선 카메라 모듈과 도트 프로젝터를 신형 아이폰에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필름은 올해 처음 애플에 적외선 카메라를 납품하는 것이고, 폭스콘CMBU는 지난해 적외선 카메라 모듈에 이어 올해 도트 프로젝터까지 공급 품목 확대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ID는 3D 센싱 방식으로 얼굴을 인식, 스마트폰 사용자를 판별하는 생체 인증 기술이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텐)에 지문 인식 대신 처음 도입한 핵심 기술이다. 올해는 신형 아이폰 3종 모두에 페이스ID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광학 부품 다수를 중국 업체가 공급하는 것은 지금까지 보기 드문 사례다.

도트 프로젝터는 보이지 않는 3만여개 점을 얼굴에 투사해서 사용자 얼굴 특징 맵을 제작하는 역할을 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도트 패턴을 판독하고 적외선 이미지를 포착한 다음 데이터를 프로세서에 전송,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페이스ID용 모듈은 티끌 하나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도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 렌즈, 카메라 등을 만들며 스마트폰용 광학 부품 제조에 경험이 많은 LG이노텍이나 샤프가 지난해 아이폰X 페이스ID 모듈 제조를 맡은 이유다.

애플 아이폰X 전면부의 부품들. 이중 도트프로젝터, 투광일루미네이터, 적외선 카메라가 '페이스ID' 기능을 구현하는 모듈들이다(사진=애플).
애플 아이폰X 전면부의 부품들. 이중 도트프로젝터, 투광일루미네이터, 적외선 카메라가 '페이스ID' 기능을 구현하는 모듈들이다(사진=애플).

그런데 올해 신형 아이폰부터는 이런 구도가 깨지게 됐다. 지난해 도트 프로젝터 제조를 맡은 샤프가 올해는 손을 떼고 그 자리에 폭스콘CMBU가 진입했다. 또 오필름이 적외선 카메라 제조를 맡으며 새롭게 애플 서플라이체인에 들어섰다.

애플은 연간 2억대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형 메이커일 뿐만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애플 부품 채택 여하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오필름은 국내에서 생소한 기업이지만 스마트폰 부품업계 강자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덩치를 키워 연매출 5조원을 넘는 기업이 됐다. 폭스콘CMBU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업체(EMS) 폭스콘 카메라 모듈 사업부다.

이런 오필름과 폭스콘CMBU이 애플과 거래하는 것은 중국 부품 업체가 자국 시장을 넘어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 사례로 풀이된다. 애플 공급 비중이 높은 LG이노텍이나 중국 스마트폰 회사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등 국내 부품 업계에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오필름은 LG이노텍, 삼성전기를 위협하는 수준에 올랐다. 지난해 오필름 매출은 전년 대비 26.3% 증가한 338억위안(약 5조6675억원)에 달했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40.5% 증가하며 두 자릿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기 지난해 매출이 6조8385억원, LG이노텍은 7조6414억원을 각각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오필름이 격차를 크게 줄이거나 앞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품 업체는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길러 왔다”면서 “지문 인식 모듈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처럼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광학 분야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