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성능 제품군 'N' 전용 스포츠카 개발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제품군 'N' 브랜드 전용 스포츠카를 내놓는다. 대중차 브랜드가 양산차 기반 고성능 버전이 아닌 전용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0년을 목표로 고성능 제품군 N 브랜드를 대표할 스포츠카 양산 계획을 확정했다. 현대차는 전용 스포츠카를 N 제품군을 이끌 '브랜드 셰이퍼(Brand Shaper)'로 키우겠단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가 2016 부산모터쇼에 공개했던 콘셉트카 'RM16'. 미드십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2016 부산모터쇼에 공개했던 콘셉트카 'RM16'. 미드십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N 브랜드 제품군을 5단계로 구분해 운영한다. 1~2단계는 N 전용 차량, 3~5단계는 N 옵션(선택사양) 개념이다. 가장 상위 차급인 1단계는 모터스포츠 경주용 차량, 2단계는 고성능 전용 차량, 3단계는 양산차 기반 고성능 차량, 4단계는 패키지 형태 N 라인(Line) 차량, 5단계는 일반 양산 차량이다.

현대차는 현재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1단계 경주용 차량과 i30 N과 벨로스터 N 등 3단계 고성능 차량을 이미 출시했다. 내년까지 양산차 기반의 4단계 N 라인 차량을 패키지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2단계 고성능 N 전용 차량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N 전용 차량 개발은 BMW 고성능 브랜드 M 출신으로 현대차에 합류한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차 총괄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글로벌 연구 거점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2014년 이후 벨로스터 기반의 RM(Racing Midship) 콘셉트카 14~16 시리즈를 글로벌 모터쇼에서 수차례 공개하며, 미드십 스포츠카 양산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현대차 유럽 주요 연구개발 거점인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도 미드십 방식 벨로스터를 주행 테스트를 마쳤다.

현대차 고성능 제품군 'N' 브랜드 로고.
현대차 고성능 제품군 'N' 브랜드 로고.

N 전용 차량은 지금껏 연구개발한 기술력을 시험하는 하나의 실험실 역할을 맡는다. 먼저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을 차체 중앙에 얹어 최적 무게 배분을 실현하는 미드십(Midship) 스포츠카 형태가 유력하다. 현대차가 개발한 전자식 사륜구동 방식인 HTRAC도 채택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고성능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도 점쳐진다.

스포츠카 양산을 위한 조직 재정비도 단행했다. 현대차는 올해 3월 고성능사업부를 신설하고, BMW M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맡았던 토마스 쉬미에라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고성능차 사업을 본격화했다. 고성능사업부 신설은 그동안 시범사업 수준이던 모터스포츠와 고성능차 사업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는 현대차가 스포츠카 등 고성능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대중차 브랜드 한계에서 벗어나 브랜드 이미지, 기술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제품군 다변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요가 많지 않은 고성능차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단순히 수익성 향상보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파워 강화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