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전자상거래, 규제 보다 진흥이 필요하다

[전문기자 칼럼]전자상거래, 규제 보다 진흥이 필요하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의한 전안법은 소비자 안전을 위한 공산품 품질 인증 강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KC 인증 비용 부담이 천정부지로 높아져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는 결국 지난해 12월 마지막 본회의에서 위해성 낮은 일부 상품에 한해 KC 인증 의무를 면제하고, 구매대행업 및 병행수입업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법을 실제로 적용받는 소상공인과의 소통 부족이 마찰을 키웠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최근 전안법을 비롯한 동시다발성 규제 방침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안법(산업부), 식품통신판매법(식품의약품안전처), 전자상거래 상품 정보 제공에 관한 고시(공정거래위원회) 등 잇달아 온라인쇼핑 관련 규제를 내놓았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회도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사이버몰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오픈마켓과 입점 판매자 간 불공정 거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취지다.

박용진 의원(민주당)은 지난 2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포털과 오픈마켓이 TV홈쇼핑, 대형마트처럼 판매 수수료율을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과잉 규제가 전자상거래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자와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소상공인은 과도한 인증 제도가 설비 투자비, 인건비, 관리비 등을 상승시킴으로써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최근 온라인쇼핑협회는 최근 독립형 소호몰과 소상공인 운영 쇼핑몰 사업자 대상으로 특별 회원을 모집했다. 정부, 국회, 소비자단체가 전자상거래 규제 필요성을 지속 제기하는 가운데 업계 중지를 모으자는 취지다. 업계 공동의 목소리를 모아 전안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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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78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54조원, 2016년 64조원에 이어 10조원 이상 성장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온라인쇼핑 업체 사업 호조가 이어진 것은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파이를 키웠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적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자칫 현장과 어긋난 과도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한편 불필요한 마찰이나 반발을 야기한다. 특히 글로벌 자율 경쟁 시대에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사업자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올가미로 작용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세계 최고 수준 정보통신기술(ICT)을 전자상거래와 결합하며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해외 직접구매(직구), 역직구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면서 국경 없는 소비 시장을 이끈다. 개인 사업자들은 온라인쇼핑몰 창업으로 일자리를 찾고 성공을 꿈꾸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업계와 함께 우리 전자상거래 산업을 한층 도약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