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김정태 회장, 채용비리 혐의 벗었다...검찰, 38명 기소

윤종규·김정태 회장, 채용비리 혐의 벗었다...검찰, 38명 기소
김정태
김정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채용 비리 관련 검찰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사실상 혐의를 벗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윤 회장의 종손녀가 국민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공개했고 김 회장에 대해서도 2013년 채용 과정에서 신입직원 채용에 관여한 정황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두 회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검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기소하지 않았다.

다만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불구속 기소된 데다 KB금융 채용 담당자와 임원이 기소되면서 추가 징계 여지도 남겼다.

금융당국은 1심 판결을 지켜본 후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KB국민, 우리, KEB하나, 부산, 대구, 광주 등 6개 은행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임직원 12명을 구속 기소했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2개 은행은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가장 우려했던 회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일단 한숨을 돌렸다.

KB국민은행에선 임원과 인사실무자 등 5명이 기소됐다. 앞서 윤 회장의 종손녀가 2015년 신입사원으로 합격하는 과정에서 윤 회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윤 회장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 회장은 지난달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까지 당했다.

금감원 특별검사에서 2013년 채용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나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채용 비리 혐의를 벗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으나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검찰 발표가 중간 수사결과이기 때문에 추후 채용비리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은행권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시발점은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광구 행장은 곧장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뒤이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사하면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이 상황에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청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됐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1년도 안 돼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금감원 특별검사단이 채용비리 재검사에 나섰다.

청년실업률과 양성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의 폭발력은 상당히 컸다. 구직자들은 출신 대학이나 집안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방식에 분노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남녀 지원자 합격선을 달리 둔 것이 확인되면서 여성단체의 비난도 거세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일 은행연합회에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두 지주회장이 우선 혐의를 벗었지만 현직 임직원이 줄줄이 기소되면서 경영 공백도 우려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주요 은행 중 이례적으로 현직 행장이 기소된 상태라 경영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KB금융은 HR총괄 상무가, 부산은행은 경영지원본부장이 구속 기소됐다.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결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 임직원이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해임, 면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징계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