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테크위크]“글로벌 수준 300㎜ 반도체 전후 공정 테스트베드 만들자”

제1회 소재부품 테크위크...장비·소재 국산화율 향상 시급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회 소재부품 테크위크?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행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 P&S타워에서 열렸다. 이규필 삼성전자 부사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키 드라이버로서 반도체'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회 소재부품 테크위크?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행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 P&S타워에서 열렸다. 이규필 삼성전자 부사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키 드라이버로서 반도체'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내 반도체 후방산업계(장비·재료·부품)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개발품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반도체 후방산업계 전체 의견을 청취해서 도출한 방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산업계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반겼다.

18일 전자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1회 소재부품 테크위크' 첫째 날 반도체 콘퍼런스에 나온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은 “현재 정체된 반도체 장비 재료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려면 글로벌 수준 테스트베드(평가팹)가 필요하다”면서 “후방산업계 전반에 걸쳐 이 같은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한국반디기술학회는 정부로부터 반도체 후방산업계 육성을 위한 방법론 연구조사 사업을 수주하고 지난 1~3월 3개월 동안 조사해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은 장비사 22곳, 소재·부품업체 44곳 총 66곳이다. 조사에 참여한 장비 업체 가운데 96%, 소재·부품업체 88%가 평가팹 구축을 주장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부품업체 가운데 75%가 자체 평가팹을 보유하지 않았다. 장비 업체는 자체 평가팹을 보유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71%나 됐지만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인 65%의 경우 12인치 패턴 웨이퍼 평가 설비가 없었다. 실제 공정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방산업계는 개발품을 평가받으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의뢰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거래가 없는 회사인 경우 이러한 평가 자체가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평가 장벽'을 넘지 못해 시장에 내놓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기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올해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협회 중심으로 '성능평가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후방산업계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평가가 가능한 공용 평가팹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기존 국가 나노팹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점, 글로벌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IMEC 성공 사례 등을 참조해 국가 공용 평가팹에 관한 세부 운영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근 학회장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국산화율은 지난해 기준 각각 20%, 50%로 오랜 기간 정체돼 있다”면서 “2022년 장비 국산화율 30%, 소재 국산화율 70%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계와 정부가 합심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피승호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연구개발(R&D) 공정담당 전무는 “과거에는 공정 미세화를 SK하이닉스 같은 소자 회사가 주축이 돼 이뤄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소자보다 장비나 재료 몫이 크기 때문에 협력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규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메모리TD 실장(부사장)은 “10년 전에도 공정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우리는 결국 그런 문제를 극복했다”면서 “(소자, 장비, 재료 등) 산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혼연일체가 돼 생태계를 만들고 협력한다면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공정 미세화의 한계는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