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광주시, 완성차 공장 투자협약식 내달로 연기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을 추진 중인 완성차 공장 투자협약식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세부적인 내용 합의에 있어 아직까지 조율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 실무진이 지난 1일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합작법인에 대한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뒤 4일 광주 빛그린산단을 방문해 현지실사를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실무진이 지난 1일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합작법인에 대한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뒤 4일 광주 빛그린산단을 방문해 현지실사를 진행했다.

18일 현대차와 광주시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19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완성차 공장 설립투자 협약식을 연기했다. 합작법인 이사회 구성, 경영책임 부담, 위탁 생산 차량 가격 등에서 여전히 의견 차이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확정하고 관련 내용을 지난 12일 이사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장 임금 하향평준화와 고용 불안을 이유로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자체에 자동차 생산을 위탁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새 합작법인에 2대 주주로 참여해 530억원 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사업비 7000억원 가운데 금융권 차입을 제외하고 지분 참여자의 초기 투자금 2800억원의 19%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향후 출시를 예고한 '초소형 SUV'를 광주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경차 또는 소형차를 기반으로 하는 초소형 SUV는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명은 '레오니스(Leonis)'가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공장에서는 지금까지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종만 위탁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제40조는 생산 일부를 외주처리하려면 노사공동위원회가 이를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체협약 제41조도 사업을 확장·이전한다거나 사업부를 분리·양도하는 등 노조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사공정위원회가 심의·의결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주시도 시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데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 마련, 위탁생산 방식의 수익 구조 정착, 기업적 마인드와 공공성을 동시에 가진 합작법인의 성공적 운영 등 과제가 많다. 광주시는 지난 4일부터 정종제 행정부시장을 단장하는 하는 협상단을 꾸려 현대자동차와 매주 3차례 만나는 등 협상에 속도를 냈다.

그동안 위탁 생산하게 될 차량 품목과 규모, 생산 방식, 이사회 구성, 투자 유치 방안 등에 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였다. 이미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의향서 제출 전부터 합작법인 설립과 차량 생산 방식 등을 논의했기 때문에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광주시는 오는 19일 오전 11시 30분 광주시청 1층 시민숲에서 완성차 공장 설립 투자 협약식을 하기로 예고까지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기업과 지자체가 대주주로 함께 참여하는 합작법인이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나중에 돌출할 수 있는 문제점 등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