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유치 '11번가', SK플래닛서 분사...독자 커머스로 키운다

SK가 오픈마켓 '11번가'를 SK플래닛에서 분사한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SK플래닛에서 분할하는 사업구조 재편안을 의결했다. 11번가의 5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공식화했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에서 11번가를 분리해 신설법인을 설립한다. 11번가는 운영사이던 커머스 플래닛이 2016년 SK플래닛에 흡수합병된 지 2년 만에 별도 법인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SK플래닛의 OK캐쉬백, 시럽(Syrup) 등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랫폼 사업 조직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테크엑스와 합병한다. SK텔레콤은 오는 7월 31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9월1일 양 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SK플래닛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사업에, 11번가는 전자상거래에 각각 집중하게 된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한국형 아마존'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SK플래닛에서 분할한 11번가는 사모펀드 H&Q에 제3자 배정 방식 유상 증자를 실시한다. H&Q는 신설 법인 지분 20% 안팎을 취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H&Q의 총 5000억원 규모 11번가 투자 프로젝드 펀드에 4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H&Q는 자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 자금으로 나머지 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11번가는 독립 법인으로 분할되면서 5000억원을 모두 투자 자금으로 확보하게 됐다.

SK플래닛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11번가 육성을 위한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2016년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3000억원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신세계와 롯데에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가 경영권 등에서 이견을 보여 불발됐다.

11번가는 이번에 확보한 5000억원을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핀테크 등을 활용한 차세대 온라인·모바일쇼핑 서비스 개발 및 고도화에 투입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ICT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 신선식품, 패션 등으로 오픈마켓을 확장하는 한편 간편결제 '11pay' 확대도 추진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쇼핑 편의를 강화할 수 있는 차별화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업계에 대규모 투자 유치 및 사업 확장 공세 움직임도 확산될 전망이다. 경쟁사를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총알(자금)'이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잠재 수익성에 매력을 느낀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최근 속속 시장에 진입한 것도 시장 신뢰도를 높인다.

업계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한층 치열한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1번가가 독립 법인으로 공격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자금력과 전국 유통망을 보유한 신세계와 롯데가 본격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쿠팡, 티몬, 위메프 등 기존 업체도 서비스 및 상품 경쟁력 강화에 막대한 투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대기업 중심으로 유력 업체를 흡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인수합병(M&A)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000억 유치 '11번가', SK플래닛서 분사...독자 커머스로 키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