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개 대학, 정원감축....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올 해 처음 시행된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는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전국 대학의 36%인 116개 대학은 정원감축을 통해 규모를 축소해야할 처지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규모 정원 미충원 사태가 일어나기 전, 교육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20일 나온 '성적표'는 1단계 진단 가결과일 뿐이지만, 부정·비리로 추후 배제되는 대학만 변수로 남은 상태다. 상당수가 이날 발표된 1단계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리게 됐다.

◇예비자율개선대 포함 놓고 희비 교차

각 대학은 현재 진단 점수 결과만을 받은 상태다. △수도권 가천·삼육·서울시립·한양대 등 △대경·강원권 강릉원주·경일·대구한의·한동대 등 △부울경 지역 경성·동아·부산외국어·창원대 등 △충청권 건국(글로컬)·순천향·호서·한남대·고대(세종) 등 △전라·제주권 광주·목포·목포가톨릭·원광대 등이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대로는 수도권 동양미래·부천, 대경권 계명문화, 부울경 경남정보·울산과학, 충청·강원 아주자동차·대전과학기술, 전라 광주보건·전북과학, 제주 제주한라대학 등이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역에서 상위권으로 알려진 조선대·순천대·연세대(원주) 등 대학들이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해 파장이 일고 있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116개 대학은 1단계 가진단 점수를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각 학교는 점수만 통보를 받았을 뿐 순위를 알 수 없다. 역량강화대학으로 들어갈 상태인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단계 진단을 앞두고 전략 수립이 시급하지만, 교육부로서는 가진단 결과인 만큼 전체 공지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는 대학은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대학 수입과 직결되는 정원을 줄이는 안을 내놓고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한다. 학내 구성원 반발도 예상된다. 정원 감축은 곧 교원 감축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단계 밟나

2단계 진단까지 거쳐 최종 결과는 8월 말 공개된다.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가 달라진다. 자율개선대학은 대학 현황에 따라 최대 90억원까지 지원될 전망이다. 정확한 지원규모는 정부 예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은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자율역량강화(ACE)·대학특성화(CK)·산업연계교육활성화(PRIME)·대학인문역량강화(CORE) 등 개별 사업을 통해 대학 혁신을 이끌었다. 개별 사업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을 통합해 내년부터는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전환한다.

정부가 대학 규모에 따른 '포뮬러'를 기반으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매년 지원하면 이를 대학이 알아서 혁신에 활용해야 한다. 포뮬러는 1인당 교육비에 규모지수와 교육비환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을 곱해 산출한다.

대학 규모와 교육 여건을 지원 금액에 반영할 뿐 중장기 계획 자체를 지원 금액 산출시에 평가하지는 않는다.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는 역량강화대학과 진단제외 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은 감축 권고를 받는다. 권고를 따른다고 해도 역량강화대학이 받을 지원 금액은 자율개선대학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교육부는 '역량강화대학' 중 일부는 구조조정 촉진 및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에 따라 자체 정원 감축 계획을 수립하되, 발전계획 등 질적 변화 전략과 연계해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역량강화대학 중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진단결과 및 대학 여건 등을 분석한 개선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최하위 대학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도 받을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책 될까

정부가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것은 1주기 구조개혁 평가부터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미충원 사태가 벌어질 것을 대비하게 하는 제도였다. 정성·정량 평가를 바탕으로 대학을 A~E 그룹으로 나눴다. A를 제외한 B그룹부터는 정원 감축 비율을 할당하고, D~E 그룹은 재정지원도 제한됐다. 폐교된 서남대·대구외대·한중대 등은 E 그룹을 받았던 대학이다.

2주기 평가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역량진단에서는 등급 구분 대신 일정 수준 이상 대학을 추려 자율성을 부여했다.

올 해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각 사업 년도 종료 후, 교육부는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대학혁신협약 이행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다음 년도 사업 환류 및 종합평가 등에 반영한다. 연도별 성과지표 달성, 사업비 집행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여 이행정도를 중심으로 지원액을 결정한다. 미흡대학은 사업비를 조정 또는 중단하고 우수 대학에는 추가 지원한다. 학령인구가 부족한 시대에 제대로 관리한 대학만 살아남는 셈이다.

우수 대학이 돼도 지방 지원자가 점점 줄어드는 난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교육부가 자율성 훼손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지방 공동화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3~4년 안에 벌어질 미충원 사태를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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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국·공립, 사립 지원 현황(4년제) >

(단위 : 억원)

<1.2단계 진단 개요>

116개 대학, 정원감축....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116개 대학, 정원감축....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