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학문의 대를 잇는 '초세대 협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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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 총장
<신성철 KAIST 총장>

국가가 과학이라는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3세대에 걸친 역사가 필요하다. 학문 뿌리를 내리는 1세대, 나무가 자라는 2세대,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3세대다. 학문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최소 60년 이상 세월이 흘러야 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웃 일본이 좋은 예다. 중간자 이론의 유카와 히데키는 1949년 일본에 첫 노벨과학상을 안겼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과학을 받아들인 지 70여년 만의 일이다. 학문 3세대를 훌쩍 넘긴 일본은 물리, 화학, 생물, 기초의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모두 22명 배출했다.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대학이 메이지 유신 때부터 이어 온 '강좌제'라는 독특한 연구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좌제는 교수가 은퇴할 때 가장 우수한 인재를 후계자로 지정, 연구실을 이어 가도록 하는 제도다. 후배 교수는 연구실을 존속시키면서 선배 업적과 노하우를 승계하고 축적한다. 비슷한 사례가 아카사키 이사무 나고야대 교수가 시작한 청색 LED 연구다. 강좌제를 통해 업적을 이어받은 아마노 히로시 교수는 연구를 이어 갔고,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함께 받는 영광을 안았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1차 경제개발계획과 더불어 과학기술진흥계획을 세웠다. 1990년까지 과학 뿌리를 내리는 1세대, 2020년까지 과학 나무가 자라는 2세대로 각각 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학문 3세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세월만 흘러간다고 과학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에서는 학문 2세대가 된 원로 과학자가 은퇴하면서 연구실 문이 닫히고 있다. 30여년 동안 쌓아 온 연구 업적과 실험실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사장(死藏)되고 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세계 수준 업적과 명성을 이룩한 학자가 많지만 제대로 계승되지 않아 높은 금자탑을 쌓아 가지 못하고 있다. 훌륭한 과학 자산이 유실되니 국가 차원으로도 큰 손실이자 우리나라 과학 선진화에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KAIST에 '초세대 협업연구실'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국제 수준 연구 업적을 인정받는 시니어 교수와 창의 연구 능력을 갖춘 주니어 교수가 팀을 이뤄 세대를 뛰어넘는 협업 연구를 하는 제도다. 시니어 교수는 큰 연구 방향 제시와 연구비를 책임지고, 주니어 교수는 연구비와 초기 실험실 구축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하다가 시니어 교수 은퇴 후 연구실을 물려받는 제도다. 노벨상 수상자 및 세계 명문대학 총장으로 위원을 구성해 2개 연구실을 선정했으며, 올해 안에 연구실 몇 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초세대 협업연구실 성공을 위해서는 참여 교수의 협업 연구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먼저 시니어 교수가 주니어 교수를 대등한 연구 동료로 대해야 한다. 주니어 교수를 주종 관계로 대하고, 연구 성과를 본인의 업적으로만 여긴다면 이 제도는 무너진다. 주니어 교수는 창의 아이디어를 내며 시니어 교수 업적을 계승 발전해야 한다. 시니어 교수 명성과 업적에 기여 없이 무임승차를 한다면 순혈주의 병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KAIST는 우리나라 학문 1세대로 꼽히는 시기에 최초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범해서 척박한 대학연구 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대학 연구 분위기를 선도했다. 우리는 지금 학문 3세대를 맞고 있다. 아무쪼록 초세대 협업연구실 성공 정착과 파급을 통해 연구 업적이 대를 이어 계승 발전하고 대한민국 과학의 찬란한 꽃이 만개하길 희망한다.

신성철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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