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5>신용대출 자동화의 선두 주자 '아반트'

아무리 금융회사가 친절해도 융자를 받으러 금융회사를 방문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내 신용이 평가되고 거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스타벅스를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사업 자금을 위한 융자 신청에 242번 거절 당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융자에서 미래의 상환 가능성을 심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융자 신청이 거절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온라인 융자는 이런 융자 신청의 좋지 않은 경험을 피할 수 있다. 거절 당하는 경우는 피할 수 없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서 거절 당했을 때의 당혹감은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개인 융자의 대표 핀테크 회사로 아반트(Avant)가 있다. 이 회사는 유명 창업 액설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를 졸업한 존 쑨과 폴 장이라는 두 청년이 2012년에 창업했다. 이들은 와이콤비네이터에서 개인 부채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 사업 모형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수입이 없는 가난한 청년 쑨은 은행을 찾아 개인 융자를 받아 사업을 시도하려 했지만 우리 짐작대로 매우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의 이러한 개인 경험을 원래의 사업 계획에 녹이면서 오늘의 아반트 사업 모형을 완성시켰다.

개인 경험의 페인 포인트로부터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스타트업과 같다. 창업가는 문제를 인지했을 때 불평에서 끝나지 않고 그 해결책을 고안한다. 쑨과 장은 연쇄 창업가 앨버트 골드스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함께 인턴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골드스타인을 설득해서 아반트를 공동 창업하게 됐다. 젊은이들이 왜 훌륭한 창업가들이 하는 회사에서 일찍부터 경험을 쌓아야 하는지도 이 사례는 보여 준다. 기회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단지 용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전략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보여 준다.

아반트는 2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까지 신용 대출을 2~5년 기간으로 해 주는 금융회사다. 이 회사는 신용 대출 심사를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으로 완전 자동화했다. 2012년 16개 주에서 시작해서 2013년에 46개주로 확대하고, 이어 서비스를 영국과 캐나다 등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는 회사다. 2012년 100만달러라는 작은 금액의 초기 투자로 시작해서 2015년까지는 10억달러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 20억달러의 핀테크 회사로 등극했다. 물론 투자자 가운데에는 핀테크 투자자로 이름 높은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이 포함돼 있는 등 이 회사에 대한 신망을 높이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협력도 끌어내고 있다. 자체 자금의 융자 이외에도 어거스트캐피털, 타이거글로벌, 빅토박캐피털 등 펀드 투자회사 자금이 아반트를 통해 융자되고 있다. 2015년 5월부터는 자산운영사와 아반트 기관투자자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개시, 융자된 채권 거래는 물론 기관투자자 자금을 융자에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융자회사가 소비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 평안한 융자의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지지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융자업에 대한 나쁜 편견, 신용 불량에 대한 관용 태도, 정부의 관치 금융 등이 신용 대출 시장을 옥죄고 있다. 시장의 자유가 있는 곳에 거래가 있고 창업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아바트 사례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이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5>신용대출 자동화의 선두 주자 '아반트'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