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74>유전체 분석 기반 항암제

2007년 1월 9일 맥월드서 아이폰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2007년 1월 9일 맥월드서 아이폰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항암 치료를 받던 중 브로드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 연구소는 유전자 분석 영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지불하고 췌장암 세포 유전자 검사를 했습니다. 유전 변이를 발견·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아쉽게도 변이 유전자는 찾았지만, 적합한 치료제가 없어서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현대의학은 유전체 데이터를 포함해 건강, 진료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정밀의학'을 추구합니다. 암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암을 유발하는 변이를 발견하고, 약효가 가장 잘 듣는 항암제를 선별합니다. 또는 특정 유전자 변이에 맞는 항암제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유전체 분석 기반 항암제라고 불리는 이 약은 스티브 잡스처럼 이전에 환자 맞춤형 항암제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았던 환자에게 희망이 됩니다. 효율적인 치료와 생존률 증가, 부작용 감소 등 효과도 큽니다.

Q:유전체 분석 기반 항암제란 무엇인가요?

A:유전체 기반 항암제 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약물과 생물체 유전체 간 상관관계를 연구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기존 항암제 개발에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접목돼 개인의 약물 반응성 등을 연구해 '유전체 변이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하는 시도입니다.

유전체 기반 항암제 개발은 환자 유전형에 따라 약물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진다는 점을 바탕으로 합니다. 항암제로 쓰는 많은 약은 개인에게 똑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 암 환자 3분의 1을 제외하고 효과가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가령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는 동양인, 비흡연자, 여성, 비소세포성 폐암 중 선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에게 더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환자들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인 'EGFR'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전체 기반 항암제는 유전체 변이나 유전자 발현 양상, 항암제 효과, 화학물질 효과 요소 간 관계를 연구하는 게 핵심입니다. 단일 유전자와 항암제 사이 상호작용이 아닌 항암제와 다수 유전자 상호작용을 구별해 말할 때도 유전체 기반 항암제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Q:유전체 기반 항암제는 어떻게 개발하나요?

A:

삼성서울병원이 개발한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 '캔서스캔'
삼성서울병원이 개발한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 '캔서스캔'

유전체 기반 항암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약물 효능(표적)이 암 진행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차세대염기서열(NGS) 기술 발전으로 약물 표적 발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변이와 암 진행 관련성을 밝혀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많은 양의 샘플과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필수입니다.

유전체 기반 항암제 개발에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가 'DNA 마이크로어레이'입니다. 이 기술은 정상 세포와 암 세포 사이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 차이를 확인하는데 가장 많이 쓰입니다. 암의 하위 종류를 판별하는데 활용되면서 다양한 약물 표적을 정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 약물 반응에 따른 유전자 발현 양상, 특정 유전자 변이가 약물 민감성 및 저항성에 미치는 영향 등도 파악하는데 용이합니다.

두 번째 기술인 '티슈 어레이(TMA)'는 세포 특징, 형태학적 변화, 환자 예후를 예측할 때 이용합니다.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해도 단백질 수준에서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석법은 약물 표적을 선별하는데 도움을 줘 약물 임상시험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Q:현재 우리나라 동향은 어떤가요?

A:우리나라 기업, 연구기관도 유전체 분석 기반 항암제 개발에 적극입니다. 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제약사와 병원, 기업이 합심해 기술 개발이 한창입니다. 유한양행과 신테카바이오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활성 물질 발굴, 임상시험 환자 유전체 분석을 통한 바이오마커 발굴 등을 협업 중입니다. 신테카바이오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항암제 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보유합니다. 유전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약물 반응성에 관여하는 바이오마커 발굴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두 기업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약물대사, 부작용 예측 등에 AI 기술 적용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바이오 기업 엠디뮨은 작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인공 엑소좀을 이용한 뇌종양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뇌종양 중에서도 약 15%를 차지하는 교모세포종 치료제가 목표입니다. 현재 많은 항암제가 혈관-뇌 장벽에서 막혀 약물 통과가 어렵습니다. 엠디뮨은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 주목받는 엑소좀에 약물을 실어 원하는 조직에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합니다.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해 엑소좀 기반 '바이오드론' 기술을 적용해 교모세포종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유전체 분석 기반 항암제는 부작용이 적고 맞춤형 치료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큽니다. 하지만 내성이 생기거나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경우 충분한 환자를 모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 확보,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최: 전자신문 후원: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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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