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내공과 승부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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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관가를 뒤흔든 '규제혁신 점검회의' 연기 파장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가 2시간여를 남기고 전격 연기됐다. 상당히 이례적이다. 배경을 놓고 각 부처가 진의를 파악하기에 분주했던 이유다.

총리실은 회의 연기 이유로 '규제혁신 폭을 더 넓히고 속도감을 높여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내용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 건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루 뒤 이 총리는 각 부처와 국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부처에게는 '계획'보다 '결과'를 더 많이 내달라고 주문했다. 국회에는 규제혁신을 위한 법안을 시급히 심의·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회의 연기를 계기로 정부 부처와 국회에 양공 전략을 펴는 모양새다.

이 총리는 취임 1년을 전후해 책임총리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개각을 시사하는 발언이나 신속한 라돈침대 사태 대응,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결정 등은 이 총리 결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매주 한차례 주례회동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 등을 통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 총리에게 보고해 본 공무원은 한결같이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총리의 정책 진단과 대안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하고 과감하다는 의미다. 기자 출신으로 4선 의원과 광역지자체장을 지낸 내공이다.

정무 감각도 탁월하다. 회의 연기를 통해 규제혁신에 대한 국민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승부수가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