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J ENM '한국판 디즈니'를 위한 과제

CJ오쇼핑과 CJ E&M 합병 법인 'CJ ENM'이 2일 이사회를 거쳐 공식 출범했다. 합병을 공식화한 지 6개월 만이다. CJ그룹은 합병 발표 때부터 '한국판 디즈니'를 탄생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룹 장기 목표인 2020년까지 100조원 달성이라는 '그레이트 CJ플랜 2020'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CJ ENM 수장에는 CJ오쇼핑 대표를 지낸 허민회 CJ총괄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녀 이경후 상무가 2년 만에 귀국,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을 맡아 새 법인에 힘을 실었다.

통합 법인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시너지 모델이 모호하다. 유통과 미디어를 결합해 '미디어 커머스'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 분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굳이 분류한다면 유통은 서비스, 미디어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각각 속한다. 기업(B2B)이 아닌 소비자(B2C)를 상대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출발이 다르다. 유통은 실적과 비용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오히려 제조업에 가깝다.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는 게임에서 보듯 속성이 벤처와 같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리스크가 있지만 과감한 투자와 결정이 사업 승패를 결정한다. 공통분모를 찾아 시너지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업 특성이 다르니 기업 문화도 같을 수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공산이 크다. 직원 소속감에서 정체성까지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 초기에 직원 역량을 끌어내지 못하면 통합 자체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위험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기회도 있다. 모두 방송이라는 플랫폼에서 영상이라는 콘텐츠로 작동한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CJ ENM이 선입관을 깨고 새로운 미디어 컨버전스 강자로 비전을 보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