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P2P 대출, 1000억원에서 1조원 시대로

[미래포럼]P2P 대출, 1000억원에서 1조원 시대로

오랜만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사회에 참석했다. 2015년 협회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회원사 25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는 사단법인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회원사가 빠르게 증가, 고생한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협회 설립 당시 핀테크 기업은 대부분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었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도 완성했고, 짧은 기간 성장에 필요한 기초 시스템을 잘 갖춰 놓았다. 현장에서 핀테크는 말 그대로 산업으로 성장했다.

핀테크가 금융 산업 한 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 측면에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다. 초기 핀테크 기업에 가장 큰 애로는 금융기관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정책 당국이 핀테크지원센터를 설립해서 데모 데이 행사 개최,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만남 주선,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공동 오픈API 구축 등 적극 지원해 왔다. 핀테크 업체 자생 여건이 조성된 지금은 개별 지원보다 금융 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제도와 규칙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책 방향이 핀테크 기업 하나 하나가 싹을 틔우는 데 지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핀테크 기업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숲, 즉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P2P 산업을 보면 선두 기업 연간 대출 규모가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간 대출 규모 1조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가고 있다. P2P 산업도 금융 산업이어서 개별 기업 노력에 더해 정책·제도 뒷받침이 절실하다. 기존 금융 산업과 마찬가지로 P2P 산업도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신뢰 장치가 마련되면 P2P 기업 가운데 연간 1조원을 대출하는 기업이 5년 이내에 나타날 것이다.

P2P 기업 창업자는 열정을 바쳐 일하고 건전한 사고방식과 뛰어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지금 이들은 걱정이 많다. 일부 사기성 업체로 인해 어렵게 싹 틔운 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웹케시도 비슷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시장 가치 1000억원을 넘어 1조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상품과 경영시스템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 P2P 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웹케시는 온전히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라는 점이다. 둘 다 1000억원 그릇을 깨뜨리고 1조원을 담을 더 큰 그릇을 만들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 경험을 부정해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웹케시 1조원 그릇 만들기 핵심은 버리는 것이었다. 더하면 커질 것 같은데 항상 그렇지만도 않다. 웹케시는 빼는 것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B2B 핀테크를 제외하고 모두 버렸다. 공공사업, 금융SI사업, 전자세금계산서 등 B2B 핀테크를 제외하고 모두 철수했다. 이 덕분에 명확하고 단순해졌다.

핀테크 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핀테크 기업을 운영하려면 사업, 제품, IT, 관리, 서비스, 상담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웹케시도 650명 이상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A페이 업체도 250명 이상이 근무한다. 핀테크 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이다. 4차 미래 산업이다. 핀테크산업협회 254개 회원사 임직원 수를 조사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당국이 지금까지 핀테크 산업이 초기에 뿌리를 잘 내리도록 지원했다. 이제는 거목이 즐비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다음 단계 정책 지원을 기대한다.

윤완수 웹케시 대표이사 yoonws@webcas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