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 드디어 펜스 없이 사용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고<전자신문DB>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고<전자신문DB>

국내 사업장을 둔 기업도 안전방책(펜스) 없이 협동로봇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시범인증 중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안전심사를 통과, 국내 첫 적용 사례가 됐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인간과 협업하게 되면서 협동로봇 도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동로봇 안전인증을 신청한 인천 공장이 심의를 통과했다. 인증을 획득한 사업장은 합법적으로 펜스 없이 협동로봇을 설치·운용할 수 있다. 사업장은 6일 인증서 수여식 뒤 시범운용에 들어간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M1013)을 직분사 인젝터 압입 공정에 투입한다. 직분사 인젝터는 엔진 내부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노즐이다. 그동안 근로자가 인젝터 압입 과정을 반복 수작업으로 수행, 근골격계에 부담이 있었다. 회사는 근로자가 가조립을 마치면 협동로봇이 인젝터를 압입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변경, 근로 환경 개선과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은 국내에서 협동로봇이 펜스 없이 설치·운용되는 첫 사업장이다. 정부는 2년 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33조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로봇 운영 시 안전매트나 방책 설치가 면제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인간과 같이 작업해야 하는 협동로봇을 염두에 둔 개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업장에 이를 적용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안전인증 체계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명확한 안전인증 기준과 국내 검증 수행기관이 없어 선뜻 협동로봇을 도입하기 어려웠다. 한국GM이 올해 초 한국 공장에 협동로봇을 도입하려다 철수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난해 말부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4월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용 로봇 표준안전규격(ISO 10218-2)에 근거한 안전인증을 받으면 펜스 없이 협동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공문에 명시하면서 세부 인증기준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 진흥원은 직접 심사와 인증서 발급까지 담당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말 안전인증 절차를 공개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운용 사례를 바탕으로 세부 보완을 실시하고 이달 안에 협동로봇 안전인증 제도를 정식 시행한다.

국내 협동로봇 제조사는 더 많은 국내 생산 현장에 협동로봇 도입이 가속화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국내 로봇 제조사가 속속 협동로봇 제품을 출시했지만 규제 탓에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이번 안전인증 수여는 국산 협동로봇 설치 공정에 대한 안전 검증 첫 사례로 향후 본격적인 시장 확산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제도 정착과 협동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