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AI의 진화] <5> AI 기반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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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끊임없이 유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여러 물질 중에서 특정한 성질을 갖는 후보 물질을 골라내는 '스크리닝'은 중노동에 가깝다. 운이 좋으면 후보 물질을 금방 찾는 '기적'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수천, 수만 번 실험을 거쳐야만 원하는 물질 하나를 간신히 찾아낼 정도로 어렵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약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10∼15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만 하나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는 지난 15년간 신약을 발견하기 위해 약 52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신약 개발 투자 규모는 항공 산업 5배에 달하며,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산업 2.5배에 이른다.

비용이나 시간 대부분은 보통 5000~1만개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에 투입된다. 그중에서 임상 이전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후보 물질은 기껏해야 2% 정도인 200여개에 불과하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 시험 단계 물질은 5% 남짓인 10개 미만이고,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신약만이 판매 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간다.

이처럼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대규모 투자에도 불확실성을 지닌다. 이는 경제성이 낮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된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개념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자 한 명이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건이다. AI는 한 번에 100만건 이상 논문을 탐색할 수 있다. 동시에 400만명 이상 임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기존 2∼3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 탐색 기간을 수개월내로 단축할 수 있다. 부작용 우려가 있는 후보 물질을 걸러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약물 및 치료법에 대한 혁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어떤 약물이 특정 질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지 결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AI는 치료 중심에서 예측 및 예방 중심으로 의료 및 제약 부문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FDA에 따르면 신약 출시까지 평균 26억달러(약 2조8000억원) 비용이 들고 14년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 비용과 시간을 4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는 앞다퉈 AI 스타트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I로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최적화하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 신약개발 프로세스(GIST).
<AI 신약개발 프로세스(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문승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 단축을 위한 AI·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강국 실현을 위한 '바이오경제 2025' 및 '혁신성장동력 추진계획'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AI 학습을 위한 화합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약물-표적 간 관계, 약물작용 등을 예측하는 AI 플랫폼 개발로 이뤄진다.

남호정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한 GIST 연구진은 플랫폼에 문헌 분석(텍스트마이닝), 심화학습(딥러닝) 기술 등을 접목해 약물-표적 상호작용, 약물동태·독성 등을 예측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생산된 50만건 화합물 연구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해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3분의 1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국내에 축적돼 있는 연구데이터 지식자산과 빅데이터 성공모델 발굴을 위한 바이오 분야 시범사업으로 AI 기반 신약개발 기반기술을 구축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이현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김용철 생명과학부 교수, 안진희 화학과 교수, 한국화학연구원과 한 팀을 구성해 학제 간 융합 연구에 착수한다.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플랫폼은 화합물(약물) 및 단백질(표적) 정보를 기반으로 화합물-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질병 유발 단백질을 제어하는 신규 화합물을 예측하는 등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알려진 화합물이 작용하는 단백질을 예측해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데 기여한다.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화합물 A가 단백질 B와 만나면 비만 억제에도 효능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업이 성공 추진되면 평균 5년이 소요되는 후보물질 개발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후보물질 발굴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전 단계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민간·관계부처와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별위원회'에서 복지부·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국가 AI 활용 신약개발 전략을 마련 중이다. 내년에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GIST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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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