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로봇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고경철 KAIST 교수 <전자신문DB>
고경철 KAIST 교수 <전자신문DB>

요즘 어디를 가나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 2년 전 알파고 충격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가 하는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류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인류는 과연 어떤 시대를 맞이하게 될까. 미래학자들은 물리학(RT), 디지털(DT), 생물학(BT) 경계가 허물어지는 거대한 융합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마디로 전 세계 사회, 산업, 문화적 르네상스를 불러올 과학기술 대전환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혁명이다.

그런데 이 혁명이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글로벌 IT기업 아마존의 경우 고객정보 및 배송이력, 물류창고 위치와 상품재고 현황을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해 고객이 주문 전에 물품배송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주간 500억회 주문배송이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내 13개 물류센터를 1만5000대에 달하는 KIVA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했다. 단순 물류자동화가 아니라 이동경로 계산과 최적화에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했다. 물류순환 속도를 75분에서 15분으로 5배 높였다. 이로 인해 재고비용은 50%가 감소했고, 총 운영비용은 20% 절감되는 높은 생산성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아마존은 이미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니다. 130만여개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AWS라는 웹서비스를 제공해 연간 15조원이상 매출을 일으키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기업이다. AI 시대를 맞이해 대용량 분산 딥러닝 훈련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사업도 시작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바이두는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류 응 교수를 최근 영입한 뒤 새로운 머신러닝 기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AI기술에 전폭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곧 경쟁 구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3차 산업혁명이 정보기술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제조업이 IT가 되는 시대다. 그 중심에는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팩토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제조경쟁력을 결정짓는 생산성 지표는 여전히 제조강국 독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한참 못 미친다. 생산성과 환경 모두 매우 낙후된 실정이다. 이번 정부 들어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 제조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산업용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할 것까지 고려하면 우리 중소기업은 중환자실에 누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절체절명 위기에 놓여있다고 본다. 치열한 글로벌 기업환경에서 우리 제조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산업현장에 사람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아무리 외쳐도 막상 이를 주도할 만한 인력이 없어 뒤처지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KAIST나 국내 주요 대학에서 AI 로봇 전문가가 양성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졸업 후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을 선호하는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그런 인력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차 산업혁신을 이끌 인재는 문제해결형이 아닌 문제발굴형 인재다.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새로운 교육혁신 방향이 필요하다. AI를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자료는 인터넷에 널려 있다. 구글이 주도하는 텐서플로나 파이선 커뮤니티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새로운 모듈이 생겨나는 개방의 장이다. 아카이브와 깃허브를 통해 최신 논문과 소스코드, 학습데이터도 공유되고 있다. 이런 개방과 공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은 의미가 없다. 뉴욕 P테크 같은 자기주도 학습형 교육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파리 에꼴42와 같은 대학 졸업자의 재교육도 대안이라고 본다. 헬싱키의 미헤킷과 같은 AI 전문학교를 많이 만들어 중소기업 맞춤형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제조기반이 무너진 나라에서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진흙바닥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고경철 KAIST 연구교수 kckoh@rit.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