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과학기술로 내딛는 한반도 경제번영 첫 걸음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ET단상]과학기술로 내딛는 한반도 경제번영 첫 걸음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지난 4월 북한경제를 '세게 눌려 있는 용수철'로 비유했다. 남북한 상호보완적 자산의 환상적 결합이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 투자처로 튀어 오르게 할 것이라 예견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 희토류 등 잠재가치 3200조원 전략 광물자원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자본과 기술이 접목됐을 때 만들어 낼 시너지를 기대한 듯하다. 드러난 상호보완적 자산을 넘어, 내재된 과학기술 혁신역량 결합까지 이루어질 때 남북한 환상적 결합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격 남북경협이 펼쳐질 미래 한반도는 2·3차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주된 무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드론 등 우리나라 신기술 시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규제사슬에 묶여 시동을 걸지 못했다.

반면에 기존 산업체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북한은 역설적으로 첨단 혁신 테스트베드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탈규제' 공간으로서 북한은 혁신적 실험을 촉진할 수 있는 '매력적 장'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방문시 정상회담을 제외한 유일한 공식 일정이 중관촌 방문이었던 점을 보면, 북한도 어느 정도 첨단 혁신을 통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와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간 우리 산업 생태계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대중소기업 간 폐쇄·수직적 구조가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새롭게 설계될 북한 경제·산업·시장은 우리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경험하고 일궈온 성장경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첨단 기술과 자본은 물론 그간 우리가 겪은 성공 그리고 실패 경험까지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도보다리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은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관심이 있다는 의중이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바라건대, 북한 성장은 보유 자원과 남북한 혁신역량이 더해진 '한반도식 고유모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남북한 과학기술 역량 결집은 북한 발전뿐 아니라 우리 혁신에도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과학기술 혁신체계는 응용성에 초점을 두고 장기간 지식을 축적하는 특성이 있다. 시장과 괴리로 민수제품 수준은 낮지만 특정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옛소련 붕괴 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서방기업이 동구권과 협력을 위해 앞다퉈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제로를 표방한 려명거리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최근 북한 과학기술 중시 기조는 뚜렷하다. 북한의 경직된 과학기술 지식도 우리의 생산·사업화 역량과 만날 때 또 다른 혁신 자양분으로 흡수·활용될 수 있다.

한반도는 지금 평화정착뿐 아니라 경제번영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다가오고 있다. 남북한 과학기술 혁신역량 결집은 북한 내 경제변혁을 촉발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우리의 성장경험 전수를 희망하는 세계 후발국 요청이 뜨겁다. 한국의 발전경험을 모델로 삼아 성장 가속패달을 밞겠다는 전략이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VKIST(한-베 과학기술연구원)' 사업이 잘 정착될 즈음, 평양에도 'NKIST'가 설립돼 혁신 가교 역할을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bglee@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