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표준 제정에서 소외된 한국 로봇산업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인 로봇산업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 로봇 산업은 일본과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정부는 기술 개발과 사업화·상용화를 지원해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까지 로봇 생산액을 6조7000억원, 후방산업인 부품의 국산화율은 60%까지 높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사실 한국 로봇산업은 글로벌에서 '앞서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20년 확정될 예정인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 개정에 한국 기업은 단 두 곳만 참여하고 있다. 정황상 '따라가기' 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것도 이미 지난해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 개정 회의는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 기업은 최근에야 참석하기 시작했다.

국제표준은 통상 기술장벽으로 작용한다. 국제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 입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소외되면 경쟁력 확보는 물론 추격조차 어렵게 된다. 특히 이번 국제표준화 논의에서는 한국이 관심을 쏟고 있는 협동로봇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국내 로봇산업이 글로벌에서 낙후돼 있는 만큼 국제표준 개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개발도 늦어지고 국제표준 소외도 고착화한다. 이미 선진 각국은 로봇·시스템통합(SI)기업뿐 아니라 부품업계, 세트업계, 인터넷 검색 업계 등 로봇 연관 기업이 참여해 자국 입장 반영에 나선 상태다.

이번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 개정은 미래산업 방향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로봇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로봇산업은 기반 산업이다. 우리가 전자·IT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표준을 따라잡고 새로운 표준을 주도한 것이 주효했다. 로봇산업도 산학연관이 국제 표준화 작업에 적극 참여, 일단 따라갈 수 있는 기반이라도 마련해야 한다.